소젖을 모아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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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 편집실
1986년 03월 49호
아주 먼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손님을 청하여 우유를 대접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날마다 우유를 짜 두면 우유는 점점 많아져 둘 곳이 없을 것이다. 뿐만 아 라 맛도 변해 못쓰게 될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 는 소젖을 소의 뱃속에 모아 두었다가 때 가서 한꺼번에 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어미소와 새끼소를 따로 매어 두었읍니다.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잔칫날이 되었읍니다. 그는 손님을 맞아 자리를 베풀고 야단법석을
떨었읍니다. 소를 끌고 와서 소의 짖을 짜려고 했지만 소젖은 이미 말라 없어지고 말았읍
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화를 내고 비웃었읍니다. 그는 창피만 톡톡히 당했읍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읍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보시를 함에 있어
《내게 재물이 많이 모인 뒤에 한꺼번에 보시하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와 같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왜냐하면 재물을 모으기 전에 관청에 빼앗기거나 도둑맞거나 강탈을 당하고, 홍수에 떠내려보내거나 화재로 타버리는 둥의 재난이 있읍니다. 또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 적절한 때에 보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저 소젖을 모아 두었다가 잔치하려던 어리석은 사람과 꼭 같은 것 아니겠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