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로 남방불교와 서양불교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스리랑카, 영국 등지에서 살면서 보고 느낀 것 중의 하나가 한국에도 외국인 포교하는 곳이 있어야 겠고 또 한국불교를 해외에 알려야겠다는 것이었다.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의 불교 국가에서는 일찍이 외국인 불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그들이 원하는 대로 출가도 할 수 있고 참선이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그런 곳들이 많이 있다. 그들 나라에서 외국인들이 어려움 없이 승려 생활을 계속하거나 배워 본국으로 돌아가 포교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어야겠다고 느낀 것이다.
국제화 시대가 되어감에 따라 우리나라도 한해에 수백만명의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또 그들이 찾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사찰이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바로 알릴 수 있는 준비가 너무 없다는 데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서양에서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지금 대단하다. 영국에서만 해도 일백오십여 개의 불교 단체가 있고, 심지어 어떤 단체는 교회를 빌려 법회를 본다고도 한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때에,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이 수많은 이들에게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 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한 마디라도 듣고 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상주하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도 법회를 열고 강의를 해서 그들을 불자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받은 충격이 나의 그런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정말 충격적인 것이었다. 런던에 있는 불교 도서고나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큰 도서관으로서 수만권의 불교관계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벌써 대부분의 경전들이 영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한편에는 나라별로 번역물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일본, 중국, 스리랑카 등의 나라 편에는 수백군의 책들이 꽂혀 있었고 한국편에는 오직 두 권의 책이 있을 뿐이었다. 하나는 구산스님의 「Nine Mountain」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억이 확실히 나지 않는데 아무튼 그것은 충격이었다. 우리나라가 완전한 불교 국가라고는 할 수 없어도 오랜 역사와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을 가진 한국불교가 이렇게 해외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구나 하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도선관의 책임자에게 왜 한국불교에 관한 책이 이렇게 적으냐고 물었더니 많은 이들이 한국불교에 관한 책을 찾으나 아무리 구하려 해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근래에 영국에서 「불교의 세계」라는 아주 크고 좋은 책이 출판되었지만, 그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각 나라별러 그 나라의 역사와 불교를 서술하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편에 몇 줄 나와 있는 정도이다. 우리는 그것을 편집자의 무지로 돌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국제화에 너무 소홀하였고 어학에 능통한 불자들이 없었음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될 것이다. 프랑스에 갔을 때 그곳에서 유학하고 계시던 법경스님으로부터 “일본 승려들은 70여년 전에 벌써 이곳에 와서 역경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해외 포교 현황을 보더라도 그렇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 수십개의 한국 사찰들이 있으나, 대부분이 우리교민들을 위한 것이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서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내가 조금 살았던 영국만 해도 일백오십여 개의 불교 단체가 있으나 한국 절을 하나도 없다. 티벳, 스리랑카, 태국, 일본의 절은 수십개가 되는데 비해 우렵을 통틀어도 한국사찰은 한두개에 불과하다.
이런 것들에서 내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이 지금의 연등국제불교회관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개관 후 생각보다는 반응이 좋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긴 곳이며 유일한 곳이어서 그런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수천명의 외국인들이 나녀가고 수업을 이수한 사람들도 수백명에 이르게 되었다. 참선이나 불교 교리 강좌뿐만 아니라, 사찰 순례나 수련회를 통해 신앙심을 고취시키기도 하고 다도 등의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반도 있다. 그리고 특히 번역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처님의 많은 가르침이나 큰 스님들의 말씀이 소개되지 않아 답답함을 금치 못해, 처음에는 불교회관보다 영문 불교 잡지를 창간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인적 자원과 경제적인 문제로 그것은 뒤로 미루게 되었다.
문서 포교로 한국불교소개의 중요성을 느끼고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기해 「한국불교」와 종정 스님의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영문으로 번역 출판했다.
올림픽 때는 한국불교를 소개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총무원 주최로 승려 열명, 일반인 열명을 선발해 집중교육을 시켜 올림픽에 찾아온 외국인들을 안내하고 불교를 소개하기도 했다.
개관 초에는 외국인만을 위한 강의를 했으나, 많은 한국인들의 요청으로 ‘불교를 영어로(Buddhism in English)’ 라는 반을 만들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강의가 되었다.
운영도 처음에는 강의료만 가지고는 어려움이 있었고 또 서양인들에게는 보시의 체념이 없어 상당히 어려웠으나 이제 월급을 받아 반을 성큼 내놓을 정도의 사람들도 생기고, 일요일 저녁에 있는 108참회반에도 점점 사람이 불어나 부처님께 절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처님께 절하는 것이 우상숭배란 관념이 강한 서구인들에게는 108참회란 완전한 불자가 되기 전에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므로 이런 일은 그들에게는 대전환이며 변화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번역과 수련원 건립과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스리랑카에 팔리학교를 설립하는 일이다.
초발심자경문이나 신심명, 증도가 같은, 수행의 기본이 되는 선의 중요한 책들을 번역 중에 있으며, 서울근교에 조그마하게라도 수련원을 하나 마련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참선도 하고 주말이나 일상생활 중의 며칠 동안이라도 공부할 수 있는 그런 곳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스리랑카에다 추진하고 있는 팔리학교는 내년 초쯤이면 개학이 가능하리라 본다. 근래에 원시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팔리어나 산스크라트어를 배우고자 동남아 불교국에 가겠다는 이들이 많이 찾아와서, 인연이 있는 스리랑카에 그것을 추진했는데 잘 되어가고 있다. 과목은 팔리어, 산스크리트어, 원시불교 등이 될것 같다.
아무튼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들이 할수록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진다. 불교가 아사아에서 꽃을 피웠듯이, 다시 서양에서 꽃필 날을 기대하며 각자의 길을 가면서 관심이 있는 이들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