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읍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읍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발자취를 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芳草)를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 밖에 없음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읍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내일 수가 없읍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었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