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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인도에서 법을 창도하셨네 열반묘심을 등(燈)이 등으로 서로 전하였네. 진단(眞丹)의 동쪽멀리 떨어진 우리 삼한에서 영원한 받음을 뉘 이었나 강월이 홀로 둥글었네. 그 후세 빛을 이은 이는 서산이 가장먼저로다. 지혜의 횃불이 새벽에 밝았고 지혜의 거울이 밤에 달렸네. 높은 제자들이 그 수가 백천이로되 나루터 모르는 냇가에 떼배가 될 이는 홀로 종봉(鐘峰)을 허락하였네. 종봉의 교회는 가이없는 중생을 널리 건졌네. 온갖 착함을 갖추 닦았고 모든 인연에 물들지 않았네. 들어와 숨을 제는 정병과 발우 만이 깨끗하고 내어서 쓸 적에는 깃발과 창이 앞에 있네. 마군을 꺾어 고(苦)를 건지매 나라가 힘입어 넘어지지 않았네. 짐승 그린 조복(朝服)과 금으로 된 인장 그 영광도 뜬 연기와 같네. 아득한 고해 동쪽 왜 땅에 닿았을 때 대자비의 배를 띄워 저 완(項)한 것들을 감화시켰네. 왜인들이 둘러서기를 목마를 제 샘에 가듯 하였네. 그들이 꿇어않아 약속을 받들매 왕의 위엄이 선양되었네. 국란이 겨우 풀어지매 산으로 돌아갈 홍(興)이 더욱 나를 듯하네. 이 몸을 바쳐가며 여생(餘生)을 보내려고 생각하였네. 대궐의 역사를 도운 뒤에 병으로 인하여 한가한 데로 나아가 절에서 쉬었네. 상수(上壽)를 누리어 미묘한 법을 선양하길 바랐더니 어찌하여 쌍수(雙樹). 아래에 문득 인천(人天)이 슬퍼하는고, 단특산(權特山)이 무너지고 니련하가 말랐구나. 옥호가 채색을 감추고 금상(金相)이 고운 빛을 잃었도다. 적멸(寂滅)이 낙(樂)이 되건만, 어리석은 자들은 눈물을 흘리도다. 많은 승려들이 비단과 돈을 시주받아 탑을 세우고 묘(蘭)를 세워 스승은혜, 부처 은혜 갚으니 홍류언덕에 우뚝한 부도가 세워졌네. 넓으신 원력으로 영겁토록 넘어지지 않으리. 칭송함을 쉬지 않아 비(陣)에 다각(刻)하 도다. 가섭은 미소하고 마힐은 말이 없네. 교훈을 전함과 세상을 구제함이 둘 다 제전(歸筌)이로다 무쟁삼매가 실도 되고 권(權)도 되네 밝고 밝은 해와 달이 만고에 길이 빛나네.
백월거사(白月居士) 허균(許筠) 지음
백월거사 허균 선생의 비문이 길어서 두 번에 나누어 연재할 수밖에 없었음에 대해서 먼저 양해를 구한다. 대체로 사명대사의 행장은 다른 스님들에 비하여 많은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아마도 이 비문일 것이다. 이번에 다시 사명대사의 행장과 자료를 뒤적이다가 우리 후손들이 너무 못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과 함께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대체로 지금 승려교육 과정에서 한국 불교사에 대한 강좌가 너무 없어서 선조들의 행적과 높은 이상을 거의 접할 기회가 없이 그냥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죄스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는 점과, 온갖 박해 속에서도 나라를 위하고 중생을 구하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했던 선조들의 그 위없는 정신이 전혀 계승되지 못하고 금력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 버린 현금의 불교 교단의 모순을 생각하면 할수록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민영방송 MBC-TV 드라마가운데 ‘이조왕조실록’ 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가운데, 특히 선조때 임진왜란을 다루는 대목에서, 그토록 구국항쟁에 앞장섰던 서산, 사명 두 분 스님의 위덕과 승군의 활약상은 한마디도 언급함이 없이 쓸데없는 외국 선교사의 십자가는 왜 그렇게 번쩍거리던지, 그리고 기껏 승려라고 나오는 것은 일본 첩자로나 나오게 하는 등의 작태를 보면서 딴 나라가 아닌 이 땅에서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시키는 일이 종교적 편견에 의하여 자행되는 것에 대하여 분노와 함께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종교적 편견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말살하려 하여도 그렇게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디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려보라. 가려지는가 역사적 진실은 역사적 진실인 것이다.
이 땅의 별난 이교도들이 아무리 원효를 부정하고 의상, 서산, 사명을 부정해도 그들은 원효, 의상, 서산, 사명의 후손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조를 욕보이는자 들에게 무슨 종교적 진실이 있겠는가 깊이 생각해야할 것이다.
각설하고, 이제까지 사명대사의 행적을 살펴봄에 있어 한학자 성낙훈 선생님의 번역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