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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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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축시 - 취영 1986년 01월 47호
그대
남루했던 묵은 기억들을 지워내십시오.

물레에서
한 올 한올 실을 풀어내듯이
시간 저편에 누워 있는
가슴 시린 이야기를 풀어내십시오

세월의 강물 저편에 서서
묵은 카렌다를 내리듯
겨울 나목(裸木)에 눈이 내리는 아침
가만히 장지문을 닫고
떨리는 손길로
그대 가슴에
촛불 하나를 켜십시오.

이젠 어제가 아닙니다.
이젠 묵은 해가 아닙니다.
아무도 걸어 간 적이 없는
설원(雪原)에 당신은 호올로 서서
그대만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가야 할 시간

16

이제 묵은 언어로 쓰지 마십시오.
청댓닢을 흔들던 청정한 말씀
맑은 강물로 일렁이던 그대의 시들
어린(魚鱗)과 같은 당신의 의식(意識)

그대
이제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도화지 위에
묵은 빛깔로 그리지 마십시오
밤새 문풍지로 번져 오던
늘 푸른 바다
파름한 연초록의 보랏빛 음조(音調)
자운영 곱게 피던 유년(幼年)의 나날

이젠 어제가 아닙니다.
이젠 묵은 해가 아닙니다.
세월의 강물 이편에 서서
새로운 카렌다를 넘기려는
당신의 고운 손길이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