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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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칼럼 - 편집실
1982년 08월 6호
새옷을 갈아 입고 거리에 나섰는데, 똑 같은 옷을 입고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외출의 즐거움은 반감하고 만다. 내가 꼭 하려고 벼르던 말을 남이 먼저 해버리면 어깨 뒤로 힘이 빠져 나간다. 개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당연한 느낌이요 몸짓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엇비슷한 모습으로 닮아가고 있다. 사는 것 먹는 것 입는 것이 닮아가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도 흡사해져 간다. 내가 너 같고 너가 나 같다면 그것처럼 재미없고 따분한 노릇도 없을 것이다.
자기가 가장 자기다울 때 우리의 삶터에는 빛이 있고 대화가 있으며 노력과 향상이 함께 할 것이다. 개인 개인이 특색과 가치를 지닐 때 그들이 공존하는 사회는 보다 다채롭고 활발할 것이다. 어줍잖게 남의 흉내내다 보면, 늘 뒷전에서 어물거릴 도리 밖에 없다. 개성을 상실할 때 세계와 역사속에서 우리의 자리는 남지 않을 것이며 진보나 향상도 지구 밖의 일이리라.
종교에 있어서 독자성을 유지하고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는 개인의 개성보다 중요한 일이다. 자기 종교의 모순을 이유로 분별이나 비판없이 여타 종교를 모방하는 것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일 수도 있다.
오늘날 불교의 포교 교육 행정 사회활동 등의 바탕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과연 불교의 전통과 역사 속에서 그 지혜를 빌어오고 있는가? 여러 천년 동안 쌓여온 문제를 남의 힘을 빌어 너무 쉽고 안이하게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불교의 전통 속에서 어떻게 소화되고 발전할 것인가를 재삼 생각해 볼 일이다.
얽힌 실을 풀자면 천천히 그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하는 법이다. 급히 잡아 당기거나 함부로 가위질을 해대면 영영 실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교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면 불교의 과거 속에서 해결의 열쇠를 찾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선과 아집은 성숙한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어휘이다. 남의 장점을 본받고 나의 단점을 고칠 줄 아는게 중요한 만큼 자기의 아름다움을 다듬을 줄 아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불교는 가장 불교다워야 한다. 그것이 다른 종교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이며 세상의 등불이 되는 길이다.
불교는 현대화되어야 한다. 부처님의 발자취가 곧 우리의 발자취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오늘의 불교인이 물어야 할 것은 「부처님께서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오늘 어디서 일하고 계시는 가? 」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