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의 각종 상 제도
한국 불교계에서 수여하는 상 역시 한국 사회 발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계에서 수여되는 상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폭넓은 분야에 걸쳐 시상되고 있으며 시상의 주체 또한 다양하다. 우선 각종 상의 종류와 취지를 간략히 알아보자.
가장 오래된 상으로는 대한민국불교미술상을 꼽을 수 있다. 작년에 제14회째 시상이 있었는데 이 상은 조계종 총무원이 개최하는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의 심사 결과 최우수작에 수여하는 상이다. 조각, 서예, 회화, 공예, 동양화, 사진 등 여섯 부문의 작품을 공모하여 대상(종정상), 금상(총무원장상) 등을 수여하고 있다. 종교적 특성, 특히 한국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문화적 기여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 상은 상당한 권위를 갖고 있다.
이상 외에 알려진 상으로는 불이상不二賞이 있다. 작년에 제8회째를 맞았던 이 상은 불이회(회장 장홍자)가 불교 연구, 실천, 장학, 출가 면학 분야 등에 공로가 있는 사람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은 포교대상도 교계의 중요한 상제도로 꼽히고 있다. 포교업무에 종사하는 포교사들의 공로를 치하하고 그 의욕을 고취시켜 포교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이 상은 취지가 좋은 만큼 수상자에게 큰 힘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포교대상운영위원회(위원장 무진장)가 한해 동안 이 상의 취지에 맞게 활동한 사람을 선정하여 시상하는데, 올해의 포교대상에는 영축총림 방장 월하스님에게 돌아갔다. 대상 이외에 공로상, 원력상 분야를 두어 열 명에게 수여하였다. 작년의 경우에는 원력상이 없는 대신 특별상이 있었다.
뇌허雷虛불교학술상도 있다. 뇌허불교학술원(원장 관응)이 불교학계의 태두인 고 김동화 박사의 학덕을 기리고 학문을 계승하여 한국불교학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83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동 학술상의 선정 기준은 학위논문이 아닐 것, 학위 취득 5년 이, 학위수료 10년 이상인 자, 60살 이하의 학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소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하여 89년에는 수상자가 없었다. 작년의 경우 성본스님이 일본 고마자와 대학 박사 학위논문으로 제출된 「중국 선종의 성립사 연구」로 장려상을 받았다.
성본스님은 올해 가산상의 불교학술상도 수상하였다. 가산불교문화원(원장지관)이 수여하는 이 상은 참신하게 불교학의 지평을 열어 가는 소장학자들의 정진을 격려하기 위하여 제정한상이다. 불교학술상 외에 연구장학부문이 따로 있다. 수상자들은 가신불교문화원의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어 가산학보에 지면을 마련해 주고, 불교대사전편찬작업과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구성과의 대중화에 기여 할 수 있게 한다.
한국문화예술인법회 (총재 한갑진, 회장 이준)가 작년 4월에 제정한 청소년 불교문학, 미술상도 있다. 중고등학생부터 국교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불교에 관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시상하고 있다. 불교문학포교원(원장 혜관)이 제정한 삼오문학상이 작년에 3회를 맞아 당선작과 우수작을 선정한 바 있다. 한국불교아동문학진흥회도 비슷한 상을 수여하고 있다. 아동문학상에는 동쪽나라 아동문학상도 있다. 월간굴렁쇠어린이(발행인 김형균)가 주관하는 상으로서 작년에 제정되었다. 요즘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의 저자 석용산 스님이 원장으로 있는 대구 불교교육회관 공덕원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공덕문화상을 주고 있다. 시, 수필, 편지글, 신행수기 등의 부문으로 공모 심사하여 시상한다. 대한불교청년회의 지부인 산해원 지부(지부장 박수철)가 정한 시민불교문학이 있다. 불교와 지역 문화 창달과 문화예술 언론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마련한 상으로 각 부문 백만원 씩 상금도 준다.
교계 재야 단체로는 유일하게 불교인권위원회(공동대표 월주)는 불교인권상을 제정하여 한국 사회의 인권수호와 정의 실현에 공로가 큰 단체 또는 사람을 선정 시상하고 있다. 작년에 제1회 불교인권상의 수상자로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거사가 받았다. 여성불교회 (회장 변광순)가 제정한 제3회 여성봉사상이 작년 10월에 있었다. 여성 불자들의 봉사 정신을 고취시키고자 제정한 상으로서 안효진 보살이 수상하였다.
그밖에 행원문화상이 작년에 제정되었다. 불교문화 및 교육사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행원문화재단(이사장 주영운)이 주관하는 상으로 학술 연구 분야에‘일연의 달’기념사업추진 위원회가, 교수 연구분야에 월운스님을 비롯하여 6명이 수상하였다.
‘실상’으로서의 상이 되어야
교계에서 수여되고 있는 각종 상을 대략 짚어 보았다. 얼핏 보기에도 학술과 문학예술쪽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발전에 비추어 볼 때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더욱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금 동기를 부여하는 상의 제도가 요구된다. 산업화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전문 직종이 발달하는 추세에 맞추어 불교인이 활동하는 무대 또한 광범위하고 그 전문성도 꽤나 강화되고 있다. 따봐서 상의 종류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새로운 상의 신설이 필요하다. 예로써 교계 언론인의 활동을 고무하고 그들이 참으로 정론과 공정한 보도에 힘을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의미에서 ‘불교언론인상’ 같은 제도는 현 시점에서 절실하다고 본다. 또 자비의 보살행을 일반 국민에게 권유한다는 취지로서의 시민상은 정신적 계도를 근본으로 삼는 종교의 역할과도 부합하므로 종
단에서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단의 집행부가 안정되어야겠으며 정책 기획 전문 인력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시상되고 있는 상의 대폭적인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이를테면 포교대상의 예만 보더라도 이 상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취지가 포교 업무에 종사하는 포교사들의 공로를 치하하고 그 의욕을 고취하려는 것인데, 정작 이 땅 후미진 곳에서 묵묵히 전법의 사도로 일하는 사람에게 수여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더욱이 한심스러운 일은 시상하는 사람이나 수상하는 사람의 조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내키는 대로’주고 받는다는 점이다. 마치 어느 학교 교장이 교육부장관에게 교육공로장을 주는 듯한, 어이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앞서의 보기처럼 ‘서울평화상’이 세인의 우스개거리가 된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공연히 ‘당근’의 생색만 내려다가 ‘채찍’맞는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
상에는 대상자가 있고 당연히 심사 기준과 심사위원이 있어 대상자를 가려 내는 직업이 따른다. 그런데 교계의 각종 상에는 명확한 심사기준과 심사위원이 구비되질 않고 있다. 뇌허불교학술상만이 어느정도 그 조건을 갖추었을 뿐 나머지는 거의가 미비한 상태다. 그러니 상의 권위도 없을뿐더러 ‘나눠먹기’라는 핀잔을 면할 수 없다.
어쨋든 상이란 받는 쪽이나 주는 쪽이 상쾌해야겠고 잡음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예 없느니만 못하다. 이제 우리 불교계도 허상만 쫓는 시상제도는 그만 두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