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만드는 일
이렇게 하여 얻은 잣잎을 굽거나 쪄서 말리고 다시 불에 쬐어 완전한 차를 만드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생잎은 차의 깊고 그윽한 향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열을 빌어 향기를 내는 일이 차를 만드는 일이다. 또한 생잎으로는 오래 보존하며 마시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로서 차를 법제(法製)하는 것이다.
새로 딴 찻잎은 시든 잎 병든 잎 작년의 잎 그리고 줄기와 부스러기를 골라낸 다음 적당한 솥에 알맞게 생잎을 넣고 덖는다. 이 때 한꺼번에 잣잎을 너무 많이 넣으면, 손으로 차를 주물러 혼합할 때 손의 힘이 골고루 미치지 못하게 된다. 차는 성질이 미묘하고 섬세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좋은 차를 얻기가 어려운 것이다.
차를 덖는 그릇은 신철(新鐵)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차솥은 두껍고 폭이 넓을수록 법제하기가 좋다. 더구나 솥에 기름기가 있으면 차는 버리게 되며, 무엇보다도 쇠냄새가 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솥은 깨끗이 닦아서 사용하되 다른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
좋은 솥을 얻어 솥이 매우 더웠을 때 찻잎을 넣고 급하게 말려야 하며, 초벌 때에 완전히 익혀야 한다. 도중에 화력을 낮추면, 골고루 익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상하며 발효하기가 십상이다. 또한 솥 안에 오래두게 되면 차의 신기 (神氣)가 죽어 버리고, 너무 익어 향기와 색을 잃어 버린다.
찻잎이 충분하게 마른 다음 불을 죽이고 꺼내 식힌 후, 두손으로 힘과 정신을 모아 찻잎을 압축하여 비비고 마무는데, 너무 기운이 세게 되면 어리고 부드러운 잎들이 부숴지고 으깨지기가 쉽다. 한편 힘이 약하고 집중되지 않으면 차맛과 향이 고루 스미지 않아 좋은 차가 되지 않는다.
찻잎을 적당이 비빈 다음 초벌보다 불을 낮게 하여 유념(樣念)한 찻잎을 다시 솥에 넣고 덖어 말리는데, 이러한 작업을 몇 번 되풀이하게 된다. 그 횟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찻잎의 연하고 질긴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초의선사의 다신전에도 적당히라는 것이 지극히 현미 (玄徵)하여 말로써 형언키 어렵다고 했다.
차를 덖을 때 쓰는 나무 또한 세심한 선택을 해야 한다. 명나라 허차서(許次紓)의 다소(茶梳)에 의하면 「차를 덖을 때 쓰는 나무는 나뭇가지라야 하며 큰 장작이나 나무 잎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큰 창작은 화력이 너무 세고, 잎은 잘 타지만 쉬이 꺼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늘날 차를 법제할 때에는 굳이 이렇게 나무를 골라 사용할 필요는 없겠다. 예전에야 불의 재료가 나무뿐이어서 그랬겠지만, 요즈음은 가스나 전기등 여러가지 좋은 불을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