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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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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강좌 - 여연 1982년 07월 5호
「 어느 때에 이와 같은 것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땅에 머리를 붙여 거꾸로 나서 인류의 수요를 공급하는 것, 즉 식물은 그 종류가 많아 이루 헤아리기가 힘들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주림을 충족시켜 주는 곡식과 추위를 막아 주는 솜과 삼 등이 일상에 필요한 물품인 것은 일반 사람과 아이들까지도 다 알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세시(歲時)의 평온함과 소란함으로 말미암아 쓰이거나 안 쓰이거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차라고 하는 물건은 기후가 온화하고 어진 사람들이 사는 이 땅의 우수한 산물로서, 산천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집중되어 있어 가슴을 열며 답답한 기운을 씻으며 맑고 화창한 기분을 내게 한다는 것도 누구나가 아는 일이다. 또한 그 담박하고 간결하며 높고 고요한 운치는 소란한 시기에 있어서도 더욱 숭상 받아온 것이다.」
이 글은 송나라의 황제 휘종이 쓴 대관다론(大觀茶論) 서문의 일부이다. 이와 같이 차는 시끄럽고 소란한 시기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식량 의복과 더불어 오래 애용되어 온 것이다. 시끄럽다는 것은 비단 한 시대의 번잡한 문화의 흐름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 수없이 들끊는 번뇌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람처럼 늘 일어섰다 사라지는 마음의 물결을, 차생활의 실제에서 고요롭게 다스리는 작업을 하려면, 먼저 차가 지니는 여러가지 덕목 뿐 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일반지식을 익혀야 할 것이다.
차생활이 지니는 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차는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고 간소하며 유현(幽玄)하면서 탈속하여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아 경계에 훤출히 뛰어나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자연스럽고 유현한 차의 생활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겠는가.
차에는 아홉 가지의 어려운 일이 있는 것이다. 당나라의 다성(茶聖) 육우(陸패)의 다경(茶經)에 의한다면, 차를 만들 때에는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야 하고, 차를 분별하는 데에는 올바른 안목(正見) 이 있어야 하고, 찻그릇은 사치한 것을 피하고 찻잔은 눈처럼 흰 것이 좋은데 이런 찻그릇을 얻기가 어렵고, 차를 끓일 때 물의 균작(均杓)이 힘들어 불의 높고 낮음이 문제이고, 좋은 물을 얻기가 힘들고, 찻잎을 적당히 닦는 일이 어렵고, 만든 차를 건조한 것을 헤아려 보존하기가 쉽지 않고, 차를 달여 중정(中正)의 지극한 맛을 얻기가 또한 힘들며, 더욱 청아한 고취로 마시기가 어렵다고 했다.
결국 이것은 다사(茶事)를 행하는 가운데 하나 하나의 작법(作法)과 분별 제한과 주의를 통해 합당한 규범을 가져야 함을 말하는데, 흡사 마음을 수행하는 면밀한 자세와도 같아 그 속에는 높고 깊은 선다(輝茶)의 사상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초의(草衣)스님께서 쓰신 다신전(茶神傳)과 동다송(東茶頌)에는 육우의 다경보다 더욱 자세히 차의 스무 가지 절목이 소개되어 었다.
그 첫번은 차나무로부터 찻잎을 따내는 일이다. 차나무는 하늘이 귤나무와 같은 덕을 갖게 하여 태어난 천성을 바꾸지 아니하며, 남쪽의 복된 곳에서만 자라는 것이다. 달콤한 잎은 추운 것을 잘 견뎌 겨우내 푸르고, 흰 꽃은 찬 빛에 씻겨 가을 경치를 빛나게 한다. 고야산(姑射山)에 사는 신선의 살결과 같이 깨끗하고 염부단금(閻浮檀金) 같은 향기로운 열매를 맺는다.
차나무의 생김새는 과로(瓜蘆)와 같은데 그 잎은 치자와 같고 꽃은 하얀 산찔레와 같다. 꽃술은 금같이 누른데 가을에 피어 맑고 은은한 향기를 낸다. 또한 차나무는 갚은 밤중에 내리는 이슬이, 푸른 구슬 같은 가지를 맑게 씻어 그 잎이 아침 안개를 듬뿍 머금어 마치 푸른 새의 혀와도 같다.
이와 같은 영아한 찻잎은 따는 시기가 중요하다. 너무 빠른 시기에 잎을 얻으면 향기가 온전치 못하여 맛이 비리고 색 또한 청아치 못하다. 반대로 늦으면 싱그러운 맛을 잃으며 독한 기운이 서려 고요한 정취를 잃어버린다. 그 시기는 곡우(穀雨) 5일 전이 제일 좋고 곡우 5일 후가 그 다음이고 다시 5일 후가 다음이 된다. 그런데 필자의 오랜 경험에 의하면, 곡우나 청명(淸明) 같은 절기는 우리나라의 남쪽 지방에 있어서는 그 시기가 일러 입하(立夏) 무렵이 적당한 듯 하다. 또 찻잎을 따는 시기는 빠르고 늦은 절기 즉 평소와 윤달이 드는 해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며, 차산지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 해의 습도나 우량에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