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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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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이야기 - 편집실 1993년 01월 131호
도라지를 ‘길경’ 이라고도 합니다. 이름있는 가을꽃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도라지꽃입니다. 보라빛의 꽃이 양지쪽을 즐겨 앞산에만 피어나는, 그런 밝은 마음이 좋습니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 입니다. 또 도라지를 따로 ‘도래’ , ‘돌가지’ 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옛날 얘기죠.
어떤 마을에 도라지라고 부르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도라지는 아빠도 엄마도 없고, 그저 나이 위인 먼 친척 오빠와 함께 살었습니다. 오빠가 공부하러 바다 건너 중국 땅으로 떠나게 되자, 도라지는 잘 아는 절의 스님에게 맡겨졌습니다.
“얘 도라지야, 내가 이렇게만 공부하고 돌아올 테니 , 너도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다오.”
열 손가락을 펴 보이면서 오빠는 이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막상 돌아온다던 십 년이 지났는데도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도라지는 날마다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그곳에 오르면 중국땅까지 닿는 바다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도라지는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문에는 오빠가 탄 배가 돌아오다가 가라앉았다느니, 그곳에서 결혼해서 눌러앉아 버렸다느니 하고들 말입니다. 그래서 도라지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일생 동안 혼자 살기를 산신령님께 맹세하고. 절을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를 지냈는지 도라지의 머리도 파뿌리처럼 희어졌을 때입니다.
도라지는 갑자기 옛날 그 바다가 보고 싶어져서 어느날 바다가 보이는 높은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바다를 향해 마주안자 도라지는 아직도 소녀 때의 그리움이 그대로 가시지 않은 것을 알았습니다. 도라지는 먼 바다를 향해서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오빠가 지금이라도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도라지는 이렇게 늙었는데...”
그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등 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도라지야, 이것 봐!”
도라지는 소리 나는 쪽을 향하여 돌아보았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도라지는 그대로 한 송이 꽃으로 변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산신령은 자기와의 맹세를 저버리고 아직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벌을 내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꽃 빛깔은 스님의 옷 빛깔처럼 푸르고, 꽃의 기품은 외롭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