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판 雲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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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3년 01월 131호
불가의 사물事物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운판을 비롯한 범종梵鍾, 법고 法藏, 목어木魚이다.
그야말로 사물四物을 일컬는 것이다. 절 집안에 드나드는 신도들이라면 이 범종이나 법고 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이 사물들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큰 사원이든 작은 사원이든 웬만하면 종을 안치하려고 뜨락에 범종각이라는 집을 지어 한 구석에 목어와 운판을 걸어 두고 예불 때면 그것들을 두들기는 신앙 생활이 오랜 세월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먼저 대종이 온 도량의 잠든 신들을 일깨우고, 그 다음에 발 달린 시방세계 짐승들의 서성이며 떠도는 망혼을 일깨우는 법고가 올리고 나면, 이 운판이 나지막하면서도 선명하게 금관金官올 타고 흐르는 숨소리처럼 생의 흩어진 자락을 끌어 메듯 허공 속에 퍼지는 것이다.
운판을 한문이 의미하듯 구름 모양의 판이다. 쇠 조각으로 구름 모양올 조각하여 운판을 만들어 그 가장자리에 철사로 허공에 메달아 놓고 나무 막대기로 적당한 리듬으로 두들기는데, 허공 속에 맴돌며 떠도는 날개 달린 날짐승들이 제 영혼을 다스리지 못하고 구천九天에 헤매는 업을 위해 잠시나마 이 소리를 듣고 발보리심(發菩提心)하여 다시는 매듭 많은 이 사바세계를 서성이며 떠돌지 말라는 뜻의 간절한 사랑의 경책으로 울려 주는 것이다.
불가의 자비 慈悲는 이렇듯 인간만을 위한 인간 중심의 사랑을 넘어서 뭇 짐승들의 세계. 그 구석구석에 온전한 사랑으로 번지고 있다. 이 우주에 가득한 연모가 시방의 세계에 가득하면, 얼마나 그윽한 화엄의 연화장 향기가 피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