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이다. 태어나면 반드시 이르러야 할 곳. 그 곳이 바로 죽음이다. 부처님의 출가 동기로 정리한 사문유관 가운데서도 죽음을 목격한 사건은 예외 없이 등장한다. 죽음에 남달리 민감했던 부처님은 결국 죽음을 해결하기 위한 고행길에 나서서 드디어 해답을 얻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부처님에게서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탈의 길을 얻게 된다. 여기 인용된 경에는 두개의 시가 있다. 함축된 의미의 이 시들은 죽음에 대한 선언문과도 같다. 프라세나짓 왕과 할머니의 죽음, 부처님 자신의 임종이다. 부처님은 부처님이기에 보통의 경우와는 달리 열반이라는 단어보다 반열반이라는 호칭을 쓴다. 또 부처님의 열반은 무여열반으로 반열반 하셨다는 조심스런 표현을 쓰고 있다. \'남김없이 완전한 깨달음의 열반에 드심\' 이라는 한탄의 의미가 짙다. 프라세나짓 왕과 할머니의 죽음에 나오는 이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을 믿고 따르는 신심 깊은 신자 가운데에 한 사람으로 기원전 6세기에 캔지스 강의 북쪽 광활한 지역을 통치한 코살라의 왕이다. 쉬라바스티는 코살라의도성으로 이곳에는 부처님을 깊이 따르는 신자들이 많았다 왕을 비롯해서 왕비와 그 딸 그리고 앞서 나온 아난다 핀다카를 비롯하여 모두 새로운 사상을 갈망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폐허로 남은 쉬라바스티지만 그 무렵에는 북부 인도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다.
프라세나짓 왕과 할머니의 죽음
나는 이와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쉬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프라세나짓 왕에게는 할머니가 있어 매우 존경하였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성밖에서 화장하여 장례를 마쳤다. 더러워진 옷과 풀어헤친 머리 그대로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께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마주앉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 프라세나짓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여! 어디에서 오시기에 옷이 더러워지고 머리도 풀어헤쳤습니까.\"프라세나짓 왕이 대답했다. \"부처님이시여! 제게 할머님이 계셨습니다. 몹시 존경하였는데 나를 버리고 세상을 뜨셨습니다. 성밖에 나가 화장으로 장례 치르고 부처님께 오는 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를 몹시 사랑하고 존경하셨다고요.\" 프라세나짓 왕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이시여! 몹시 존경하고 사랑하였습니다. 만일 이 나라의 모든 코끼리와 말과 왕위를 주고 할머니의 목숨을 얻을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구할 수 없고 영원히 하직하였습니다. 그리움과 근심과 괴로움을 스스로 견딜수 없습니다. 일찍이 들리는 바로는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람. 모든 생명, 모든 신은 태어났기 때문에 모두 죽지 않을 수 없다.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 죽지 않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비로소 부처님의 말씀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 모든 생명, 모든 신은 태어났기 때문에 모두 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것도 한번 태어나면 죽지 않는 것은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 큰 바라문이나 큰 무사나 큰 장자라도 태어났기 때문에 죽지 않는 사람은 없오. 무사의 왕으로 권정을 받아 사천차의 왕이 되어 자유자재한
힘으로 온 나라를 항복받을지라도 마침내 돌아가야 할 끝이 있나니 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장수천에 태어나 하늘의 왕이 되어 자유로이 쾌락을 누리더라도 마침내 돌아가야 할 끝이 있나니 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 아라한이 된 비구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온갖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모든 욕망의 결박을 벗어나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더라도 그도 또한 끝내 돌아가 몸을 버리고 열반해야 합니다. 또 연각으로 잘 길들어 지극히 고요하였더라도 그 몸과 목숨은 다하여 마침내 열반으로 돌아갑니다. 모든 부처님도, 열 가지 힘을 완전히 갖추고 네 가지 두려움이 없이 훌륭한 사자후를 토하더라도 마침내 몸을 버리고 열반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모든 사람, 모든 생명, 모든 신도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습니다. 마침내 돌아가야 할 끝이 있나니 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태어남이 있는 모든 생명은 목숨 다하면 죽음으로 돌아간다
각각 지은 업 따라서 선과 악의 열매 스스로 받는다
악한 일 했으면 지옥으로 선한 일 했으면 천상으로 간다
진리를 닦아 익히라
번뇌 다하여 열반해 들리라
여래도 부처도 연각이나 성문이나 그의 제자들도
때가 되면 목숨을 버린다
하물며 모든 법부들이랴.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끝내자 프라세나짓 왕은 기뻐한며 예배하고 물러갔다.
‘잡아함 제1227경’
죽음에 관한 문제를 주제로 하여 설한 경전은 이 경전만은 아니다. 잡아함은 물론이고 장아함과 중아함에도 비장하다고 할 만큼 죽음에 대한 설법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외아들을 잃은 어떤 노파를 위해 아무도 죽지 않는 집에 가서 불씨를 갖고 오라는 설법과 아이를 잡아먹는 귀자모에 대한 설법은 죽음에 대한 비통함의 해결을 위해 부처님이 설하신 유명한 일화들이다.
부처님은. 절제와 지성을 갖췄지만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던 할머니의 죽음
으로 실의에 잠긴 왕에게 특별히 배려한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부처도 결국
육신의 죽음은 벗어날 수 없다는 평범한 논리로 그를 위로하고 있다. 왕의 할머니뿐 아니라 실제로 부처님 자신의 육신의 죽음도 머지 않는 장래로 다가 오고 있었다. 부처님의 열반에 대한 기록으로는 불소행찬이나 열반경에 훨씬 못미치지만, 소박하나마 사실에 가까운 기록의 경전이 바로 이 경전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마지막 회상의 시
나는 이와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쿠시나가라의 역사가 태어난 견고한 사라나무 숲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가 되어 아난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해 사라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를 두도록 지리를 펴라. 여래는 오
늘 밤에 무여열반으로 열반에 들리라.
아난 존자는 가르침에 따라 사라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가 가도록 자리를 폈다.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사라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가 가도록 자리를 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라나무 사이로 가시어 자리 위에서 북으로 머리하고 오른쪽으로 누워 두 발을 포개고 밝음으로 생각을 묶으니 이른바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지혜였다.
그때 쿠시나가라의 쉬바드라는 출가한 외도로 나이가 백이십 살이며 쿠시나가라 사람들의 존경과 공양을 아라한처럼 받았다. 그는 부처님께서 오늘밤
무여열반으로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듣고 \'나는 의문이 있다. 소망이 있다. 사문 고타마께서는 힘이 있으시니 나를 깨닫게 하실 것이다. 나는 지금 사문 고타마께 나아가 나의 의심을 물으리라\' 하고 곧 쿠시나가라를 나가 부처님을 찾아 뵈오려 갔다.
그때 아난 존자는 밖에서 거닐고 있었다. 수바드라는 존자 아난에게 말했다. “나는 사문 고타마께서 오늘밤에 무여열반으로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게는 의문이 있고 소망이 있습니다. 사문 고타마께서는 힘이 있어 나를 깨닫게 하실 것입니다. 아난 존자여 ! 수고스럽지만 나를 위해 고타마께 말씀해 주십시오. 잠깐이나마 틈을 내어 제 물음에 대답해 주시도록해 주십시오” 아난 존자가 대답했다. \"부처님을 괴롭히지 마십시요. 부처님께서는몹시 지쳐 계십니다.\" 수바드라가 두 번 세 번 청했으나 아난 존자는 번번이 거절하였다. 수바드라가 말했다. \"나는 옛날 나이 많은 스승의 말을 들었습니다. 먼 뒷날 모든 것 옳게 깨달은 분인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실 것이다. 저 우담바라 꽃처럼. 그런데 지금 여래께서는오늘밤에 무여열반의 세계로 열반에 드실 것입니다. 나는 법에 대한 의문이 아직 있습니다. 사문 고타마께서는 힘이 있어 나를 깨닫게 하실 것입니다. 아난 존자여! 수고를 아끼지 마시고 저를 위해 사문 고타마께 말씀해 주십시요.\" 아난 존자가 다시 대답했다. “수바드라여부처님을 괴롭게 하지 마십시요. 부처님께서는 지금 몹시 피로하십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하늘의 귀로 아난과 수바드라의 대화를 들으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수바드라를 막지 말아라. 들어와 의문나는 점을 묻게 하여라. 왜냐하면 이것이 밖의 사람과 진리를 말하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성문의 증명이 될 것이다. 수바드라라고? 그는 선리비구로다.”그때 수바드라는 부처님께서 선근을 열어 주심에 대해 기뻐했다.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여쭈였다. \"고타마시여! 지금 세상에서는 부루나, 가섭 등 여섯 명의 스승이 저마다 으뜸이라고 하며 나야말로 사문이고 나야말로 사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타마시여 ! 저들에게 진실로 으뜸 된 것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나이 스물아홉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그 길에 이른 지금
어언 오십 년이 지났다.
삼매의 밝은 행 갖추고
늘 깨끗한 계율 닦았다
조금이라도 이 길을 벗어났다면
오늘의 사문을 없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수바드라에게 말씀하셨다.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여덟 가지 도를 얻지 못한사람은 첫째 사문도 되지 못할 뿐더러 둘째, 셋째, 넷째 사문도 되지 못한다. 수바드라의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여덟 가지 바른 도를 얻은 사람이라야 첫째 사문도 되고, 둘째, 셋째, 넷째 사문도 될 수 있다. 이것을 빼놓고는 어떤 길이라도 사문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곧 잘못된 스승이요. 이름만의 사문이요. 바라문일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자처럼 외친 것이다.”이렇게 말씀하시자 수바드라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의 안목이 깨끗해졌다.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아, 법에 들어갔다. 모든 의심을 끊되 다른 믿음을 의지하지 않고, 님의 제도를 받지 않고,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민 뒤에 오른쪽 무릎을 꿇고 아난 존자에게 감사했다. \"당신은 좋은 것을 얻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큰 스승을 얻은 사람입니다. 큰 스승의 제자가 되어 큰 스승이 쏟아 주는 비를 머리에 맞았습니다. 만일 나도 이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스님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을까요.\"아난 존지는 부처님께 여쭈였다. \"부처님이시여! 이 수바드라 외도는 바른 법과 계율 안에서 스님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그때 부처님께서는 수바드라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여 오라. 범행을 닦아 행하라.\" 그때 수바드라는 스님이 되어 곧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옳게 사유하여 마음으로 최선의 해탈에 이르렀다. 그는 아라한이 되었다. 존자가 된 수바드라는 아라한을 얻고 해탈의 즐거움을 깨달아 알고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차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내가 먼저 열반에 들리라 그리하여 수바드라 존자가 먼저 열반에 들었다.
그 뒤 부처님께서도 열반에 드셨다.
잡아함 제779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