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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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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문리 일기 - 현진 1991년 07월 113호
단오(端규) 전날 저녁 쑥떡이 나왔다. 힘주어 간경(看經)을 몇 번 하면 어느새 출출해진다. 그래서 설핏셜핏 어둠이 내렬 즈음 마련되는 차담은 별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수박이라도 쪼개어 놓으면 금새 동여 나고 만다.
“이번 공양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아랫절 비구니 스님들이 손수 만들었대요.”
다각스님이 큰 소리로 알려 주었다. 다각(茶角)은 과일이나 차를 내놓는 일을 도맡아 하는 한소임(下所任)이다. 안거철엔 이러한 대중공양이 많아 지기 때문에 다각스님네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올들어 처음 먹는 쑥떡인듯 싶다.
“비구니 스님들이 만든 떡이라 그런지 아주 맛있네요”
산중에 산다는 게 아래서 좋다. 부엇이든 나누어 먹는다.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시간올 쪼개어 단오떡 빚기 울력올 한 모양이다. 원반형으로 곱게 빚은 쑥떡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정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듯했다. 삼륜청정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주고 받는 이가 즐겁고 음식 또한 돋보이니 더욱 맛있다.
작년이었던가. 백련암 큰스님께서 법문하시는 자리에서 간식문제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다.
“요새는 선방이고 강원이고 묵느라고 공부를 못해. 하루 세끼도 많은데 간식까지 한다고 야단들이니 정말 큰일이야.”
큰스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수행오칙이 었다.
3시간 이상 자지 말 것. 해인사 선원은 4시간 잔다. 큰스님께서 한 시간 양보하신게다.
묵언할 것. 책보지 말 것. 쓸데없이 눈을 팔아 망상을 펴우지 말라는 말씀.
간식하지 말 것. 돌아다니지 말 것. 이 다섯 가지를 참 지키기가 힘들다. 한 가지도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쩍이 없다.
“업장을 녹이는 데는 잠이 우선이고, 도심(道心)을 증장(增長)시키는 지름길은 식욕이 제일.” 이 말은 아랫반 시절부터 꾸준히 들어온 지대방 용어. 우스갯소리 같은 이 말에는 자경(自薰)의 뜻이 내포되어 었다. 자칫 떨어저기 쉬운 두 가지 마장(摩障)을 조심하고 살피라는 말을 해학적으로 풀이한 선배스님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스님네의 일상속엔 이처럼 우리의 미추를 살필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다.
아무래도 비구니 스님네 처소보다는 벼구 스님네가 풍족하다. 그래서 손수 만든 먹이 더 고맙다. 힘들게 사는 비구니 스님들을 생각하니 슬며시 자괴심이 일어 이런 말을 했다.
“기한에 발도심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잘 먹고 비구니 스님 공부를 따라갈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너무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가 자꾸 늘어간다는 건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음식 조절만 잘하면 공부의 반을 성취한다는 옛 스님의 말씀도 있지 않은가.
일미철근(一米七ff). 아무런 내 수행의 점검도 없이 공양물을 받은 일이 이제는 몸에 익어버린 것 같다. 오관게(五觀園J에 공양의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이 공양이 올 때까지 공을 헤아리니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탐진차를 끊고 마음을 잘 다스려
오직 수행을 위한 약으로 알고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음이라.

공양 때마다 오관게를 상념하지만 업으로만 왈 뿐이다. 점점 타성에 굳어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타성은 쉽게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고, 출가정신을 차츰 허물고 만다. 초발심의 그때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내 덕행으로 얼마 만큼의 공양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별 생각해보니 모골이 송연해 옹다. 중노롯은 법랍을 채우는 무게만큼 시은의 그림자가 뒤따른다.
간식의 해악론도 나왔다. 밤에 먹는 음식은 독약과 같다며 입맛을 반감사킨 도반은 이렇게 말했다.
“일몰 후 음식을 먹으면 우선 위에 부담을 주어 몸이 망가지기 쉬우며, 소화가 잘 되질 않아 방귀가 독하고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하지요 무엇보다 정신이 맑지 못해 공부의 능률이 떨어지지요→”“몸을 도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일이네요”
“그래서 학은 위를 늘 비우기 때문에 천년수명을 누리고, 돼지의 위는 늘 꽉 차있어 십년을 간잔히 넘긴다고 하잖아요”
약간 배가 고픈듯해야 창음(唱音)도 맑아지고 경문의 뜻도 확연히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제2의 출가는 곧 먹는 양을 줄이는 일이다.
단오날 아침 장경각 앞에서 창포꽃을 보았다. 옛 여인네의 사랑을 받았던 창포는 아이리스와 홉사하게 닮았다. 비구니 스님네는 쑥떡을 도시락 삼아 산행(山行)길에 올랐고, 선원 스님네는 매효산 상봉에 소급단지를 묻었다. 마올 운동장에서는 건강한 학인들이 모여 체육회를 열었다. 단오날 산중은 무슨 명절 때처럼 풋풋해진다.


현진스님은 법주사 아두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으며 지금은 해인승가대학에서 수학중인 학인스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