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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과 여성의 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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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이야기 - 이원섭 1991년 07월 113호
E. 용녀(龍女)의 성불
다보여래를 따라와 법회에 끼여 있던 지적보살은, 성문·연각뿐이 아니라 악인에게까지도 수기하심을 보고는 「법화경」의 설법이 끝난 줄 여겼던지, 자기 부처님께 본국으로 돌아가시자 청하고, 석가모니불께서는, “선남자야, 잠깐만 기다리라. 여기 문수사리라는 보살 있나니, 서로 만나 묘법(妙法)을 논의한 뒤에 본국 돌아감이 좋으리로다.”라 이를 말리신다.
바로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천 개의 연꽃잎?크기 수레바퀴 같은 데 앉으시며, 동행한 보살들도 연꽃에 앉아 바다 가운데 사갈라 용궁에서 저절로 솟아나와, 허공 날아 영축산에 가 연꽃에서 내려 불소(佛所) 이 르러 두 분 세존 발에 머리 대어 예하사 경의 표함마치시자, 지적에게 가 서로 인사 나누시고 물러나 한 쪽에 앉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하여 말을 주고 받는 중에 문수보살이 용궁에서 오직 「법화경」을 설하여 무수한 중생을 교화한 사실을 알게 된 지적보살은 이렇게 묻는다.
“이 경이 매우 깊고 미묘하여 경들 중의 보배라 세상에서도 회유한 바이거니, 더러 중생으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이 경을 닦아 빨리 부처된 예(例) 있나이까 어떠니까.”
이에 대해 문수보살은 이렇게 대답했다.“있나니라. 사갈라용왕 딸은 나이 겨우 8세로되, 지혜롭고 명민(明敏)하여 중생의 신구의(身口意)의 행실을 알며, 다라니 얻어 부처님네 설하신 심심(甚深)한 비밀장(秘密藏)을 다 능히 수지하며, 깊이 선정 들어 제법에 통달하여 찰나 사이에 보리심 일으키어 불퇴전 얻어 말이 막힘 없으며, 중생을 생각하되 갓난애 같이 하며, 공덕을 강추어서 마음에 생각하고 입으로 말함이 다 미묘하고 광대하며, 자비롭고 마음씨 상냥하여 보리를 얻으리라.”
원융한 중도의 처지에 서서 일체중생의 성불을 설한 것이 ‘법화경’이라해도 이를 들어 실제로 성불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적보살의 질문은「법화경」을 강의하는모든법사의 허률찌르는 한마디였다고 해야 하겠는데, 문수보살은 실제로 있다 단언하고, 그것도 여넓 살 먹은 용녀라고 했으니 놀랍다. 이는 여인의 성불과 함께 축생의 성불을 인정한 것이요, 보기에 따라서는 유아의 성불마저 인정한 것이 되는 점에서, 성불에 대한 재래의 고정관념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런 만큼 이것이 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 쪽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口. 보살과 성문의 의혹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지적보살이었다.
“제가 석가어래를 뵈옵건대, 무량겁 걸친 난행과 고행으로 공과 덕을 쌓아 보리를 구하시되 일찍이 그치는 엘 없으셨으니, 삼천대천세계를 둘러보오매 심지어 겨자씨만큼이라도 이 보살이 중생 위해 목숨버린 곳 아님이 없나이다. 그런 뒤에야 보리 이루셨나니, 이 소녀 잠깐 새에 정각을 이룬다함 아니 믿기냐 이다.”
그러나 말도 끝나기 전에 용녀가 문득 나타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게송울 셜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문제의 검토는 뒤로 미룬다.
또 성문 중에서는 부처님의 수제자답게 사리불이 나서서 직접-용녀에게 따지고 들었다.
“너 오래져도 않은 사이에 더없는 깨달음을 얻었다하나, 이는 믿기 어렵도다. 어째서이뇨 여인의 몸온 더러워 법기(法器) 아니니, 그 어찌 무상보리 얻을 수 있으리오 불도(佛흘) 까마득해 무량겁 동안 애쓰고 행올 황아 모든 바라밀-고루 닦고 난 뒤에야 이루어 지며, 또 여인 몸은 다섯 장애 있나니, 첫째는 범천, 둘째는 제석, 셋째는 마왕, 넷째는 전륜성왕, 다섯째는 불씬(佛身)이 못됨이라. 어찌 여인의 폼으로써 그리 속히 성불할 수 있을까보냐.”

ㅂ. 용녀의 대응
먼저 지적보살의 견해를 검토할 때, 그의 말에는 대부분의 보살이 처해 있는 별교의 특성이 잘 나타나 었다. 그들은 십신(十信) ·십주(十住)·십행(十行) ·십회향(十행向) ·십지(十地) ·등각 ·묘각의 오십이위(五十二位)를 세우는 것으로도 드러나듯 수행을 단계적인 것오로 본다. 그러기에 영원과도 같이 먼 거리에 있는 부쩨님의 경지에는, 얄은 데서 높은 데로 순서를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무한의 수행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삼천대천세계를 둘러보건대 심지어 겨자씨만큼이라도이 보살(전생의 석가·여래)이 중생 위해 목숨버린 곳 아님이 없다’함이 그 같은 성불관의 단적인 표현이니, 비록 가슴을 쩡하게 울리한 말이긴 하다 해도 정말로 그래야만 성불한다면 어노 하 세월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용녀는 문득 부처님 앞에 나타나 예배하고, 게송을 설해 부처님을 참탄한 끝에,

“또 법 들어 보리 이룸 님께서만 아시오니, 대승 멸함이 중생들을 건지오리다”

라 하였다. 그녀는 여넓 살밖에 안된 여언이요, 축생인 처지에서 「법화경」을 듣는 것만으로 정각을 이룬것이어서 그것이 순서적얀 경로(經路)를 밟은 끝에 이른 것이 아님을 ‘문득 부헤님 앞에 나타났다’는 말이 보여 주고 있다. 또 ‘님께서만 아신다’ 한 것만 해도 어찌 부처님과 부처넘만찌 아실 수 있는 차원이 아니겠는가 남들은 끝 없이 수행해도 성불하지 못하는 터에 어찌 그입 쉬우냐고 합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비밀은 셰의 사리불에 대한 대응에 서 함께 고찰하기로 하재말할 것도 없이 사리불은 부처님에 의해 지혜제일로 평가받은 사람이요, 제2불(第二佛)이라는 칭송까지 들은 인물이다. 따라서 실제에 있어서는 불교가 그동안 배출한 성자 중액서도 제1인자로 여겨져야 옳고, 후세 대승의 경전에서 때로 악역을 배당받은 점은 억울하다 해야 한대 그러나 너무나 큰 존재였기에 대승경전들에서는 그로 하여금 소송을 대표시킨 것이니, 그런 점을 고려 밖에 두고 생각할 때 여인의 오장(五障)을 들어 용녀의 성불을 부정하고자 한 것은 어디까지나 삼장교〔小乘〕외 성자답다. 그러면 용녀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그때, 용녀 한 개의 보주(寶珠)-값이 삼천대천세 계 나가는 것을 부처님께 바치니 곧 받으시거늘, 용녀 지적보살과 사리불존자에게 이르기를, ‘내 바치는 보주를 세존께서 받으시니, 이 일이 빠른가, 빠르지 아니한가.’

대답하되,
‘매우 빠르도다.’
용녀 말하되,
‘그대들 신력(神力)으로 나의 성불이 이보다도 더 빠름을 보게 되리라.’
이때, 모인 자들 다, 용녀 잠깐 사이 남자로 변해 보살행 갖춘 끝에 남방에 있는 무루세계 가서 보련화(寶運華) 위에 앉아 깨달음 이루사 삼십이상·팔십종 호 갖추시고, 두루 시방의 일체중생 위하시와 묘법 설하심을 봐오나라.”
눈이 휘둥그래질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게 된 것인까 지나치게 환상적이라 하여 안 믿는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불법의 도리로서는 충분히 긍정되어 마땅한 경지니, 비밀의 열쇠는I법화경j이 원교(圖敎)인 점에 있다.
대소·장단이나 선악·성범 따위를 분별하는 우리 네 처지에서는, 이 세상은 끝없는 차별의 세계요 대립의 세계다. 그리하여 셜사 생사를 넘어 열반에 이르려 하고 번뇌를 끊어 보리를 얻으려 한다 해도,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또 다른 분별이므로 더욱 차별과 대립을 가중시킬 것이니, 그런 처지에서는 성불까지 삼아승지겁이 걸린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러나 공의 도리를 철저히 하여 중도에 이른 처지에서라면 용녀의 둥근 구슬에 시종(始終) ·상하·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듯, 생사와 열반·번뇌와 보리따위외 상대성은 스러져서 일체는 원융(圓廳)의 관계로 바뀐다. 그러므후 이같은 처지에서는 끊어야 할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며, 얻어야 할 어떤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니, 지금 서있는 데가 바로 상적광토요, 자기가 바로 법신불인 것이다. 따라서 성불은 부처가 새로 되는 일이 아니라, 본래 부처였던 자가 스스로 부처인 사실에 눈뜨는 일일 뿐이어서, 거기에 시간이 걸리지 않아 구슬올 주고 받는 것보다도 더 빠른 아유가 있다. 그리고 이런 처지에서야 성불에 삼숭의 차별은 고사하고, 선악·현우·남녀 ·노소의 차등인들 어떻게 끼어들 수 있겠는가

이원섭선생은 혜화전문학교 불교과를 졸업한 불교학자이며 시인이다. 1948년에 「시」로 문단에 나온 이래 전국신도회 부회장과 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 한국시 인협회 회장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여러권의 시집과 역서 「현대인의 불교」「불교 대전」「법화경」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