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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불(土佛)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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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 성목 1991년 07월 113호
과거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이라 하듯 우리네 마음이란 시공(時空)을 다 헤매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실체가 있는 양 착각해 살기 마련이다. 기뼈하고 슬퍼하고 성내는 동 변화무쌍 한 채색의 그림이기도 하다. 독버섯이 아름답듯이 현란한 그림일수록 병도 깊으리라. 그래서 마음은 화사라 하던까그 조화로움에 끌려 웃고 울지 않고 새길올 열어 보인 분올 꼽는다면 첫째로 석가모니 그 분이실 게다. 반역아, 혁명아 해방아라 이름 붙일 수 있음도 한시대를 깨뜨린 용감성 때문이리라. 또 다른 문학적인 측면에서 아웃사이더적인 특출한 성격이셨으리라.
아웃사이더. 그 국외자적인 위치는 분명 그 누구와 도 닮지 않은하나의 개성이요, 창조되어야 할 놀라운 자리인 것이다. 그 분올 전혀 몰랐을 때 아웃사이더가 되고자 하는 걸 길로 삼았다. 그 분처럼 분별을 재압하는 만월(滿月)로 뭇짐승을 호령하는 사자로 그런 존재이고 싶었다. 어느 유행어처럼 그렇게 멋진 분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목이 터지게 외쳐도 부족한-한점 티끌도 걸림없는 그 분이 가신 단풍나무 숲 사이로 난 작은 푸른 길을 꽤 멀리 와 돌아왔올 때 과연 그곳온 그의 자취로 피어난 복된 환회의 길이었을까.
나를 닮은 것도, 사량하는 이를 닮은 것도, 그렇다고 철저히 세속적인 얼굴도 못되는 문명의 폐기물처럼, 정형된 국적 불명의 얼굴처럼 볼상사나운 것일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중노릇을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되섞인 말을 들을 때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한숨이 아닌 우리 모두의 그늘진 소리일 것이다. 단풍나무 숲길을 향해 호기스럽게 첫 발올 디딘 것과 달리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를 아득한 깊이로 빼뜨린다. 움직이면 더 깊이 빠지는 진구렁 속이다.
세세생생 다시 피어나도 역시 중노릇뿐이라고 호기를 떨던 목소리도, 진숭은 하산하고 가숭은 업산한다는 절망적인 말법시대에 그 가숭마저 다 옷 벗어도 자신만은 먹물옷올 지키겠노라고 비원올 발하던 이들이 어느 날 슬그머니 사라진 빈 자리를 볼 때면 옷의 중량검에 더욱 쫓기는 기분이다. 옷만 입고 있어도 반 성불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허나 독거사처럼 옷만 지킨들 무엇할까.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긴 커녕 내 집안의 소란함으로 기진해 버리는 그분의 못난 자식들인데, 자기 구제도 갈팡질팡하는 유아들인데.
불입문자 직지언심이라고 마옴 공부가 최고이기에 익기도 전에 선방으로 뛰어드는 것도 병이요 그래답답해 강원을 찾는가 하면 그 좋은 말씀도 전혀 가슴으로 불덩이처럽 부당혀오지 않고 책장 넘기는 걸로 끝나는 강원생활에 회의를 품기도 하고 탁자밥만 내려먹올 줄 알면 된다고 좋은 염불도 더 이상 배우는 걸 마땅치 않게 여기는 데서 오는 괴로움.
젊다는 건 그만큼 혼돈이 깊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홉족할 수 있는 단비의 해답올 내려줄 수 있는 이 누구일까. 완전무결한 율사는 석가모니 한 분밖에 없다고 하듯 큰 비를 내려 약초 모두에게 저에 맞는 홉족량올 강게 할 수는 아무도 없으며 그래서 우리의 혼란은 거듭 거듭 어지럽고 온통 상처로 꿰맨 심신올 옷으로 겨우 덮고 그럴듯이 태연해야 할 연극배우기도 한 것이다.
그게 절집만의 답답함은 또한 아니리라. 최루탄에 수없이 꺾어진 젊은 목숨들의 넋이 산하에 붉게 되어 피빛올 터트려도 조금도 고개 숙여지지 않는 강철의 얼굴을 어쩔 수 없이 바라봐야 하는 괴로움도 참으로 슬프다.
土佛뜰에 둘러싸인 내 하루도 슬프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잡초 한 포기 자랄데 없는 덩그마니 붉은 벽돌더미로 늘어선 다세대 주택형의 집들이 빽빽한 토굴방에서 부끄러움만 쪼개고 있으니 말·이다.
노망난 시아버지를 꾸짖는 억센 남도 사투리의 며느리의 고함이 매일같이 광광 올리고, 의도적으로 틀어대는 교인의 찬송가 소음, 곤한 잠을 찢어놓는 부뿌뿜 둥 그 소리를 다 듣고 신경 사나워하면서도 기도 도량에 있는 것보다 작은 편안함을 누리는 것은 그 어느 금빛 찬란한 부처님보다도 내 작고 못생긴 토불(土佛)의 정겨움이 있어선지도 모른다. 진물난 손끝에서 날마다 흙을 혜치고 피어나는 불두화(佛頭花), 심은 돗이 푸르러도 빈 손을 들여다 보며 탁류속에 잠긴 부끄러운 하루건만 오늘도 흙향기 소박한 미소 우러르며 흙묻은 손끝이 저리도록 두 손 모아 본다.
부끄러워하는 마음마저 앓어버리지 말게 하옵소서.

성목스님은 중앙승가대학을 졸업 혔으며, 지금은 토굴에서 정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