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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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칼럼 - 편집실
1982년 06월 4호
세상일 중에는 참으로 아이러니팔한 것이 많다. 이 지구 위에는 오십억에 가까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일들이 반드시 합리적이고 이상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것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것이라면 그것은 자못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종교와 전쟁, 이 두 단어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도 드물 것이다. 그것은 마치 물과 기름과의 관계와도 같은 것이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온 세계사를 살펴 볼때 이 두 단어처럼 잘 어울려 지내온 말도 흔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수행되어지고 이곳 저곳의 전쟁 뒤에는 종교의 입김이 작용해왔던 것이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 30년 전쟁 등을 비롯해서 최근의 캐시미르 분쟁 그리고 현재의 중동전 등은 모두 종교의 힘이 직접 간접으로 작용했고 하고 았는 것들이다. 우습게도 두 단어는 세계사의 갈피 갈피에서 물과 우유의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다.
세계의 훌륭한 종교들이 사랑 자비 평화 등을 얘기하며 천국 정토를 약속한다. 그런데종교와 종교가 만나는 자리에는 늘 불화와 질시와 적대가 있어 온것이며 전쟁이 있었던 것이다. 가히 우리들의 생각을 넘어서는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각 종교마다 훌륭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한 종교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독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종교와 종교가 만나는 자리에는 상호보완과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 반대는 실로 곤란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생겨나는 종교간의 마찰은 심히 불행한 일이며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통해서 대체로 단일한 종교를 유지해 왔으므로 상이한 종교간의 문제로 어려움을 격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근세 이후 새로운 종교의 유입과 성장으로 최근과 같은 사태가 예정되어온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와같이 상이한 종교들이 공존할때 생길 수 밖에 없는 많은 문제들을 각 종교간에 차원 높고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 자체에 대한 회의를 짙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한민족 또는 국가를 불행의 와중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종교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하는 최근의 사태를 모두 주목하면서, 종교간의 문제는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자기성찰을 통해서 해결하도록 노력에 노력을 더하여야 할 것이다.
세상 일은 다양할 수록 좋은 것이니까.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