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종교에는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여성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종교에 대한 친화력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다는 말로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풀기 힘든 난제들이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결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서, 인류 역사 이래로 사회와 격리 당한 채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머물도록 강요된 여성들이 스스로 길들여 온 수동적인 의타심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남성들이 사회를 자신들의 활동의 장, 자아 실현의 장으로 간주하면서 가정을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였던 반면에, 여성들에게 있어서 가정은 삶의 전부였던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종교에 대한 의존성은 자연히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더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종교에서 여성 신도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자체가 불평등하며 폐쇄적임을 말해 준다. 그와 더불어 여성들이 자기 실천의 장을 아직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지금까지 여성들이 지닌 잠재적인 에네르기, 특히 여성 불자들의 엄청난 가능성들이 생산적인 일에 제대로 투여되지 못한 채 그대로 소모되어 왔다. 불교는 단지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위한 개인적인 구복의 장으로, 앞날의 행운을 위한 기원의 장으로 인식될 뿐이어서 참 종교로서의 불교의 역할을 망각되었고 때론 무시되기까지 하였다. 물론 사회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의 물결과 더불어 불교계 또한 민족종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에 여성 불자들도 동참하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펴나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을 과대평가하여 그 자체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민족불교, 대중불교로서의 사명을 다하기에는 우리 불교계의 힘은 아직은 미약하며, 사회의 급속한 변화와 발전 그리고 사회의 민주화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하기에는 그 추진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불교계가 내부의 건실하고 생동적인 활동들을 계속 고무시키면서 그 이면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말끔히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교계 스스로가 구태의연하고 낡은 모습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한 실천적인 방법의 하나는, 인간평등의 차원에서 불교계가 솔선수범하여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고와 유교적 봉건성에서 탈피함으로써 수많은 여성 불자들의 잠재적 에네르기를 수용, 개발시키는 일이다. 한편 여성 불자들은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깨닫고 그와 더불어 새로운 종교관을 수립해야 한다. 여성 불자들이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개인적인 구복과 일상적인 친목만을 종교 활동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불교계의 발전은 물론이고 여성 불자 자신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개별적인 구복보다는 사회 전체의 행복을 염원하며 여성 불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서 더욱 나은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매진한다면, 이 사회는 좀더 밝고 건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불교의 여성화 현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여성들은 주체적인 인간으로 대접받기를 요구하고 있고 또 이를 위한 노력을 끈질기게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여성불자들의 참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불자들의 이러한 모습이 더욱 확산되어 나가고, 또한 그들이 종교의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서 이러한 인식을 갖고서 새로운 활동의 장을 불교에서 찾을때, 불교는 앞으로 질적인 비약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