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동안 불경을 많이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불교의 학문으로 말하면 종합 학문이라 할 만치 불경 속에는 철학 문학 자연과학 심리학 논리학 등등 현대인이 접하는 학문분야가 거의 모두 들어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 불교는 현대화 작업이 되어있지 않아 어려운 한문과 전문용어에 묶여 전달을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부처님의 심오하신 사상 속에는 우리 인생의 실상과 거시적(巨規的)으로는 이 무한한 우주에서 미시적(微規的)으로는 작은 티끌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2500년 전에는 아무런 천문관측기구도 없었는데 부처님께서는 단지 깊은 명상과 마음의 눈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뿐만 아니라 허공 중에는 삼천대천세계 백억 세계 등의 표현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중생세계가 무량하게 흩어져 있다고 말씀하셨다. 또 우주의 생성과 소멸에 관해서도 거대한 천체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네 단계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그 당시에 말씀하셨으며, 마음의 무명망상으로 이 세계가 생기게된 이유도 설명하셨다. 또한 미시적으로는 물질을 작게 분석하여 소우주의 비밀을 밝히려는 현대의 양자물리학 이상으로 자세히 설파하셨으며,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耶是空 空郞是色)은 현대의 질량불변의 법칙이나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대입하면 객관적으로 훌륭히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심령과학에 대해서도 윤회설이라든지 중음신(中陰身)이라든지 업경대(業鏡臺) 등의 비유를 들어가며 지금 이상으로 벌써 설파하셨다.
그러나 이제까지 말한 것은 우리의 감각기관과 의식작용으로 존재를 알 수 있는 세계이지 참된 진리의 세계는 아니라는 불교의 철학과 논리학이 나온다. 예를들면 산이다 바다다 나다 남이다 공간이다 시간이다 하는 것들은 우리의 감각기관과 의식이 작용할 때에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잠들었을 때나 감각기관을 상실했을 때는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므로 불교에서는 이것을 꿈속의 꿈만 꿈이 아니라 우리가 접촉하는 바깥사물과 내 몸까지도 전부 꿈이고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진리의 세계는 절대 말과 글로서는 표현을 할 수 없고 오직 깊은 명상을 통해 마음으로 깨달아야 한다고 학문에만 치우칠 경우 빠지기 쉬운 오류를 미리 지적하여 주셨다.
부처님의 위대한 사상은 동서고금의 어떤 사상과 대조해봐도 견줄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최고 최상의 사상을 배우는 우리는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우리 승려들은 지금부터라도 분발하여 무진장하게 남겨놓으신 부처님의 말씀을 현대적으로 풀이하여 사회에 복음으로 전할 의무가 남아 있다. 불교의 교리를 앞으로 기회 있는 대로 미력하나마 하나하나 현대인의 의식수준에 맞게 이론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풀이해 보려고 한다.
<해인사 승가학원 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