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과 공원공단의 지루한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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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9년 09월 211호
최근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원공단)이 또 다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분리징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불교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공원공단은 7월 초 각 공원관리 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국립공원입장권 사용개선안을 시달했다. “공원입장료 이중 징수와 관련 언론 보도와 민원이 제기돼 민원 해소차원에서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8월 1일부터 입장권을 구입하면 당일에 한해 무제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1회 사용에 한정되었다. 공원공단의 이 같은 방침에 따른다면, 국립공원의 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면, 그 국립공원의 다른 매표소로 입장할 때 또 다시 입장권을 사지 않아도 된다. 사찰이 있는 매표소의 경우는 관람료를 지금처럼 합동 징수하므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함께 낸다. 그러나 사찰이 없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사서 사찰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때는 문화재 관람료만 따로 내야 한다. 설악산의 경우 아홉 개 매표소가 있으며, 이 가운데 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합동 징수하는 곳은 신홍사이다.
공원공단의 이 같은 조치는 민원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비용이 줄어들 것이므로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그러나 불교계, 특히 조계종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공원공단이 추진해 왔던 분리 징수-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별도로 징수-를 또다시 추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개선안을 만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분리 징수를 둘러싸고 조계종과 공원공단은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 왔다. 96년 7월 공원공단은 ‘문화재관람료 대폭 인상에 따른 대책 홍보’란 제목의 공문을 각 공원관리 사무소에 전달, 분리 징수에 대한 매표소 위치, 입장권 관리 등 사전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하면서 사실상 분리 징수 작업에 들어간 바 있다.
이 때 공원공단은 분리 징수 이유로 문화재 관람료의 대폭 인상을 들었다. 당시 공원공단의 한 관계자는 “불교계에서(문화재 관람료를) 또 올려 부득이하게 분리 매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이용객의 비용 증가-문화재 관람료는 국립공원 입장료에 포함돼 있다-에 따른 따가운 여론의 질책을 불교계에 돌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불교계의 반발은 거셌다. 조계종 총무원은 공원관리 공단에 보낸 항의 공문을 통해 “기존의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구역에 후차적인 자연공원법을 제정하여 이중 징수하게 된 원인을 공원공단이 제공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합동징수는 불가피하나 앞으로는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제도를 폐지하고 국립공원 존립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예산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62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는 자연공원법에 의거해 70년부터 징수했음을 밝히고, 공원공단의 주장처럼 국립공원 이용자의 비용부담이 분리징수의 원인이라면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는 것이 모순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문화재 관람료, 국립공원 입장료의 징수는 관리비용을 최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징수했다. 10년 동안 묶여 있던 문화재 관람료를 인상했다고 모든 민원의 원인을 불교계에 돌리는 행위는 공원공단의 책임 회피이며, 정부의 문화재 보존 의지의 상실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그 동안 문화재 관람료의 조정권은 정부에 있다가, 96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며 불교계에 요금 조정권이 주어졌다-.
분리 징수 움직임은 97년에도 이어졌다. 이 때도 공원공단은 “관람료를 자율화했으므로 공공 요금인 국립공원 입장료와 똑같이 받을 수 없다. 관람료 인상을 철회하고 원래대로 환원하면 다시 합동 매표하겠다.”고 밝혔다. 급기야 법주사가 산문 폐쇄를 단행해 언론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지난 7월의 국립공원 입장권 사용 개선을 표방한 분리 징수 움직임과 관련하여 공원공단이 해당사찰과 공원관리 사무소가 합의하는 곳에서만 실시하기로 한발 물러섰지만, 아직 조계종과 공원공단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예전 처럼 양측은 ‘민원 해소’와 ‘공원 입장료 폐지’를 자신들 주장의 주요한 근거로 삼고있다.
불교계의 입장에서 보면, 공원공단주장의 근거는 미약하다. 공원공단이 “사찰에 들어가지도 않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는 민원인의 목소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보다 먼저 징수했으며, 합동 징수도 불교계의 뜻과는 무관하게 정부가 관리 비용의 절감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분리 징수 운운하는 것은 민원의 원인을 마치 문화재관람료에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원공단 엄대우 이사장은 98년 5월 취임하며 입장료를 폐지하겠다고 불교계에 약속했다. 겉으로는 입장료 폐지를 공언하며, 뒤로는 분리 매표 또는 입장권 사용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분리 징수를 추진하고 있어 불교계를 우롱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의 폐지는 김대중 대통령의 97년 12월 대통령선거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면 당장 조계종의 수입이 감소한다. 수입 감소폭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우선 국립공원 입장료에서 사찰이 받는 10~3O퍼센트만큼의 감소가 예상된다. 물론 국립공원 안에 편입된 사찰 토지에 대한 사용료를 정부에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줄어든다. 또 문화재 관람료 수입 감소도 뒤따른다. 국립공원 입장객 가운데 사찰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
조계종이 공원공단의 분리 징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속사정은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가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 재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 수입을 근거로 분담금을 부과하는 총무원의 살림살이와도 관계가 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은 모두 스무 곳이다. 이 사찰들은 국립공원 입장료의 10~3O퍼센트를 문화재 유지, 보수 비용으로 받는다. 이는 사찰이 소유한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재가 국립 공원 품격 유지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입장객이 연평균 2400만 명(입장료 1천원) 정도로, 적지 않은 수이다.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 보수를 위한 예치액 3O퍼센트, 관람료 분담금 12퍼센트, 교육분담금 5퍼센트, 중앙승가대 김포학사 건립 분담금 5퍼센트를 뺀 48퍼센트가 사찰의 수입이다.
국립공원 안의 사찰분담금 부담 비율이 높은 현실에서 조계종의 입장료 폐지 방침은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수입 감소를 우려해 공원공단과의 관계 유지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원공단과 마찰을 빚을 때마다 입장료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주장으로 그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하다.
그러나 국립공원을 국립공원이게끔 사찰이 토지와 문화재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민원의 제공처로 인식되고, 이를 교묘하게 언론에 유포하는 등의 행위는 불교의 자존심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점이라는 인식에는 불교계에 이론이 없다. 국립공원의 전체 면적 647만여 평방킬로미터 가운데 사찰 소유지는 31만7000 평방 킬로미터에 이르며, 대부분 빼어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설악산하면 자연스럽게 신흥사 백담사를 떠올리게끔 불교 선조들이 가꾸어 후세의 우리에게 물려 준 것이다.
그런데도 공원공단과 조계종이 마찰을 빚을 때면 일반국민은 조계종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공원 입장료 폐지 여부를 떠나 이번 기회에 조계종은 ‘절에 가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는 국민의 오해를 풀어 주어야 한다. 사찰이 공원 입장료의 일부와 문화재 관람료를 정수하는 것은 국립공원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 사찰 토지와 문화유산에 대한권리를 행사하는 것임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들어온 수입을 어떻게 썼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이는 사찰의 재정 투명화를 바라는 재가불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가 문화유산의 보존과 사찰의 유지에 쓰이고 있음을 밝혀, 국민도 흔쾌히 문화유산 보존에 동참한다는 의식을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공원 입장료폐지 여부를 떠나서 지금의 입장료와 관람료 징수는 사찰의 정당한, 권리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 국립공원 안 사찰의 재정 투명화. 두 가지는 사찰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