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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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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현진 1999년 09월 211호
화엄사에서 정진하던 종태스님이 입적하였을 때의 일이다. 늘 함께 지내며 공부하던 도반들이 모여,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갑자기 이승을 떠나 버린 고인을 추모하고 있었다. 제방선원에서 정진한 그의 이력 때문에 많은 수좌가 모인 가운데 다비식을 치루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습골拾骨을 하면서 한줌 재로 돌아온 도반의 모습에 무상한 눈물이 앞을 적시는데 누군가가 사리가 나왔다고 소리쳤다. 스님들이 살펴보니 영롱한 사리가 분명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어느 스님이 마치 속았다는 말투로 큰소리로 외쳤다.
“종태 이 자식, 우리한테는 놀면서 공부하라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우리 모르게 자기 혼자만 짬지게 공부한 거네. 이 자식이 우리를 감쪽같이 속이고 가네. 괘씸한 놈.”
그리고 그 스님은 어깨를 들먹이며 울었다.
종태스님은 정말 도반들을 속이고 입적했다. 영롱한 사리가 수행의 증거라면, 그는 그 누구보다도 철저히 우리를 속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의 밀행密行을 아무도 몰랐으니까.
살아가면서 사람을 속이는 일이 이처럼 훌륭하고 감동적이라면 자주자주 속고 싶은 심정이다.


요즈음은 이런 일이 없어졌지만, 몇 해 전 어느 비구니 스님이 들려 준 웃지 못할 일을 이야기할까 한다.
어느 날 그 비구니 스님이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속도 위반으로 경관에게 붙들리게 되었다. 초보인 비구니 스님이 어쩔 줄 몰라 머뭇머뭇하자 경관이 점심 값이 없다고 친절하게 힌트를 주었다. 그러자 비구니 스님은 귓속말로 경관에게 “큰돈인데”하고 말했다. 호기심이 생긴 경관이 다시 “정말 큰돈입니까?”하고 물어 보자, 스님이 재차 “네 진짜 큰 돈인데”하며 수표 한 장을 반쯤 꺼냈다 넣었다 하였다.
주위를 힐끔힐끔 살핀 경관이 자동차 뒤로 돌아가 무언가를 열심히 셈한 뒤 스님에게로 돌아와서는, “스님, 계산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하면서 돈봉투를 찔러 주었다. 이어서 비구니 스님이 수표 한 장을 재빨리 꺼내어 경관에게 주었다.
비구니 스님이 한참을 가다가 그 돈봉투를 살펴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봉투 안에는 십만 원 권 수표 여섯 장과 현금 삼십구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경관은 스님이 큰 돈이라고 자꾸 말하니까, 진짜 백만 원 권 고액 수표로 알아듣고 거스름돈 구십구만원을 스님에게 바꾸어 준 것이다.
열심히 모아둔 돈을 비구니 스님에게 얼떨결에 시주해 버린 그 경관의 표정이 어했을까? 어쨌든 순진한 비구니 스님의 허물보다는 욕심이 많았던 경관의 잘못이 더 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