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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문화재의 발굴 및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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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조유전 1999년 09월 211호
1.
문화재는 우리 민족이 이룩한 유형·무형의 모든 문호적 소산을 포괄하는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文化遺産과 자연유산自然遺産”을 지칭하는 것으로, 한민족의 공동체적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최고의 정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전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이다.
이러한 문화재 가운데 매장 문화재란 토지·해저 또는 건조물등에 포장된 문화재로서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매장되어 있는 유형의 문화재를 말하며, 문화재 보호법상 규정된 문화재 중 유형문화재와 기념물에 해당되는 문화재이다. 매장문화재는 드러나 있지 않고 땅속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 문화재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매장문화재는 유물을 출토한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역사적, 문화적 환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우리 선조들의 사회 성격과 역사를 확언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수백 년 수천 년을 유지해 온 매장문화재는 한번 파괴되면 영구히 복원할 수 없는 일회적인 자료라는 데 그 특성이 있다.
그러나 매장문화재가 포장된 토지, 해저 모두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도로, 철도, 주태 건설 등 불가피하게 국토개발이 필요한 경우, 건설 공사자의 측면에서 보면 매장문화재는 개발을 저해하는 하나의 저장물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입장이 부딪치게 되며, 따라서 현대 한국사회의 급속한 개발로 인하여 그 보존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는 문화재가 바로 매장문화재인 것이다.
따라서 매장문화재의 보존·관리와 관련된 문제는 현대 사회의 개발욕구와 문화재 보존 사이의 충돌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비롯되며, 결국 이것은 매장문화재 발굴과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제반 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매장문화재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나, 학술연구 또는 국토개발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발굴하여 출토된 유물, 유적 및 상황을 정확히 기록으로 남기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다.

2.
우리나라에서 매장문화재 관리를 위한 행정기구로는 최근에 문화재관리국에서 격상된 문화재청과 각 지방 행정단위의 문화공보실과 같은 문화재 관련 담당 부서가 있다. 그리고 연구 기관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 부여, 창원 등 세 곳의 지방 연구소가 있다. 그런데 매장문화재 관련업무는 매년 발굴 건수의 증가와 함께 늘어나고 있지만 담당 인력은 제한되어 있고 특히 전문 학예직의 수가 많이 부족한 형편이어서 원활한 매장문화재 관리에 많은 지장이 있다.
또한 개발과 관련된 긴급 발굴이나 대형 발굴을 체계적으로 조사, 처리할 수 있는 인력과 기관이 태부족한 형편이다. 현재 대부분의 개발과 관련된 문화재 조사는 대학 박물관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그 결과 모든 대학의 문화재 조사 인력은 늘 현장 조사와 그 출토 유물의 정리 등에 연중 매달리는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렇게 급증하는 문화재 조사를 전담하는 기구를 지역적으로 충분히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제가 발달하여 각 시마다 문화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방자치단체 조직이 잘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해마다 우리나라의 열 배가 넘는 발굴 조사와 매장 문화재 관리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나가고있다.

3.
매장문화재가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 자료 등 많은 문화재들 중에서도 특히 최근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건설 공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재라고 하면 국보, 보물, 중요무형문화재, 사적 등 지정문화재를 떠올리게 되며 보존·관리의 중점 대상이 되고 있는 문화재 역시 지정 문화재들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경제개발로 인한 각종 건설 공사의 급증은 땅속에 매장되어 있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거의 30여년 동안 그냥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문화유산의 발굴은 요즘 들어 가끔 신문이나 언론의 일면을 장식하는 새로운 유물과 유적의 발견에 대한 보도와 함께 매장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끌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인식의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발굴조사이며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결국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는 국토공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매장문화재를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려 하는 매장문화재 행정은 발굴 조사를 중심으로 발굴 전 단계와 발굴 조사 단계, 발굴 이후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곧 매장문화재가 어디에 어떻게 매장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단계인 지표 조사가 발굴 전 단계에 해당되며, 발굴 조사와 관련된 전문 인력과 기관의 문제, 발굴 허가와 시행의 문제가 발굴 조사의 단계로, 출토 유물 및 유적의 보존·관리가 발굴 이후의 단계의 범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별 문제점들은 근본적으로는 전문 인력의 부족과 제도의 미비로 요약될 수 있다.

4.
매장문화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한 행정의 바람직한 개선 방향은 결국 발굴제도 및 절차상의 문제 곧 제도와 관련된 문제와 그에 따른 전문 인력의 확충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미비와 전문 인력의 확충을 발굴 절차에 따라 살펴보면, 먼저 지표 조사 확대 및 의무화, 발굴 허가제도 및 법령의 개선, 발굴 인력과 기관 확충, 발굴 용역 제도의 개선, 출토 유물 보존·관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5.
문화재의 올바른 보존·보호는 국민 모두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야 만 가능하다. 우리는 최근까지도 경제 개발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어 왔다. 이 과정 속에서 일부 문화재가 소홀히 취급되어 온 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매장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더욱 그러하여 문화재로서 조차 인식되지 못하였으며, 심지어는 개발을 방해하는 지장물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 문화를 알고 우리 것을 지키려는 모임이 많아지고 있으며,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문화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인식 수준은 문화재의 보존·보호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매장문화재 보존에서 법령에 마련된 장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역사 문화의 증거들을 보존한다는 입장에서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나가려는 개발 사업자와 국민의 문화적인 인식수준에 사실상 그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보호를 위한 범국민
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여러 활동이 제도적으로 조직되어 나갈 필요성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주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전제되어야 할 것은 문화재는 가능한 한 현상태로 보존되어야 하며, 개별 문화재로서보다는 주변을 포함한 역사 환경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지키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는 전국의 문화재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과 함께 문화재 행정의 기조가 문화재의 보존, 보호에 있어야 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