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책이 된 봉원사
89년 이전에도 종단은 태고종의 대표 사찰인 봉원사에 대해 실질적인 재산권을 행사하려는 대책을 마련하였다. 법적으로는 조계 종단에 귀속된 사찰이지만 실제로 태고종이 점유하고 있는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므로 종단으로서는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82년 제72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승가대학 건립, 승려복지시설 마련, 불교병원 설립과 포교, 교화사업을 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편으로 종단내의 유휴 재산을 파악하여 그 재산을 불교 중홍에 사용하자는 결의를 하였다. 물론 유휴 재산이라 함은 태고종이 점유하고 있는 조계종의 재산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 종회에서 ‘유휴재산정리 추진위원회’ 를 구성하고 태고종과 연석 회의를 거쳐 ‘불교중흥추진위원회’ 를 구성하였다. 이 위원회는 비공식 합의를 이루어 냈다.
먼저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규 사찰을 서울 지역과 지방 지역으로 나누어 처리하기로 하고, 일차로 서울지역의 분규사찰-봉원사, 백련사, 청련사, 원효암, 성주암, 대성암, 법륜사, 자운암-에 대하여 재산처리를 하되 경내 재산과 경외 재산으로 구분한 다음 경내 재산은 태고종, 경외 재산은 조계종 것으로 하고 태고종에서는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비공식 합의는 조계종 종회의 결의를 거쳐야만 효력을 갖는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그 뒤로 조계 종단의 내분으로 종회의 기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결국 ‘비공식’으로 그쳤다. 봉원사는 조계 종단이 종단 중홍을 위한 사업을 발표
할 때마다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빼 놓지 않고 거론하는 절이다. 88년 ‘불교재산 관리법’ 이 ‘전통사찰보존법’ 으로 개정되는 시점에서 불교방송, 불교병원 등 시급한 종단의 숙원 사업을 시행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 이 재원의 충당을 위한 방법은 봉원사 땅을 처분하는 길이 가장 쉬웠을 것이다.
종단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우선 입에 단 방편만을 추구할 때 뒤탈이 어떠 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다른 종교에서 지신의 종단 재산을 팔아 다른 사업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오히려 교세를 불리는 괴정에서 지나치다 할만큼 큰 규모로 땅을 사들이고 그 땅에 거대한 건물을 짓고 있는 실정인데, 유독 한국 불교만이 종단의 목적 사업 수행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팔아 왔다. 또 그럴 듯한 이유로 종단 재산을 처분할 때마다 종단은 엄청난 내분을 겪었고, 처분으로 얻은 이 돈은 처음 예정한 사업에 쓰이기는 커녕 중간에서 다르게 유용된 사례 또한 적지 않다. 결국 재산 잃고 집안 싸움만 거세졌으며 그런 추태로 교세가 약화되는 악순환만을 경험했다.
그러한 대표적 사례로 칠십 년의 뚝섬 봉은사 재산 처분을 들 수 있다. 당시 청담스님과 경산스님의 대립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 선학원 측의 세력을 입은 청담스님이 종단의 실권을 쥐자 곧 새 집행부를 꾸렸고 이어 69년 12월 종회에서 종단의 체질 개선과 현대화를 위해 뚝섬 봉은사의 유휴지 매각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강남 개발과 맞물려 그 무렵의 봉은사 땅은 그야말로 팔아 먹기 쉬운 땅이었다. 그때의 봉은사 주지 김서운 스님과 일부 스님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70년 6월 25일 정부로부터 매각 허가를 얻어 유휴지를 매각한다. 그 무렵에는 유휴지였는지 모르겠으나 매각 뒤로 강남 땅은 빠르게 개발되어 지금은 금싸라기 땅이 되었다. 그리고 이십여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다시 그 땅을 사려고 ‘땅 한평 사들이기 운동’ 을 봉운사 신도들에게 권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재정 충당을 위하여 손쉬운 방편으로 선택한 토지 매각이었으나 실제로 종단 체질 개선이나 현대화에 쓰이기 보다는 중간 착복으로 유실된 혐의가 더 꽤 드러났다. 또 그 때 동국대 부총장 겸 상임이사였던 법안스님은 공금횡령 혐의로 세속 법정에 제소되었다가 이 사건이 정치권까지 비화되자 법안스님은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했다. 알게 모르게 종단의 재산이 그럴 듯한 목적 사업을 빌미로 유실된 사례가 적지 않다.
재정과 분규는다른 문제
이런 전례를 갖고 있는 종단 상황에서 또 다시 봉원사 땅 매각이 논의되고 있음은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번에 다시 봉원사가 거론되고 있는 근거로 역시 예의 종단 목적 사업에 필요한 재정 충당이다. 중앙승가대학의 정규대학 승격과 김포 금정사로 이전하기 위한 비용 등으로 다가오는 이천년까지 자금 삼백억원이 필요하므로 부득이 봉원사 유휴지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계종과 태고종간의 분쟁도 이번에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종단의 당면한 과제를 착실히 수행하려면 불가 불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여야 함에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조계종단이 법적인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태고종 점유 사찰에 딸린 토지를 매각하여 재정을 충당하고 분쟁도 해소하겠다는 의도는 너무 안일한 발상이 아닌지 우려된다. 태고종이 그 토지를 매입하여 교단 밖으로의 유실이 아나라면 모르겠지만 결국 택지 개발 업자에게 넘어가서 정재가 유실될 것이 뻔한데, 단지 재정 확보책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과거의 우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재정 충당과 분쟁 타결이라는 두 가지 사안은 별개의 문제로 명확히 나누어져야 한다. 이 두 사안은 대단히 민감하므로 그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강조는 거듭 새겨야 할 일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식의 요행을 바랄 수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요행에 그칠 공산이 크다. 오히려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커다란 분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재정 충당은 조계종단의 안에서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분쟁 타결은 조계종과 태고종이 서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을 찾아야한다. 이렇듯 엄연히 범주가 다른 사안이라 하나로 처리할 수 없다. 물론 봉원사든 다른 여러 분규 사찰이든 조계종의 재산이므로 하나라고 단정 짓고 사안을 바라보면 또 다른 문제이겠으나, 이는 과거처럼 분규를 재현하는 무리수 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점유권을 인정히는 선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한다면 재정 확보를 위한 분규 협상이 원칙이 되어서는 안된다.
시급한 종단 목적 사업의 재정 충당에 관한 대안은 종단 안에서 충분히 검토되고 강구되어야 한다. 과거 총무원장 체제에서도 불교방송, 역경 사업. 포교 사업 등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려고 봉원사를 거론하였으나 그것은 어다까지나 명분에 지나지 않았음이 입증되었다. 정재를 팔지 않고도 방송을 통한 불음은 훌륭하게 전해지고 있으며 다른 사업도 착
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불교 텔레비전 역시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시험 방송을 거쳐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볼 때, 종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집행력으로 종단 안에서 재정 충당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렇게 종단이 자신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여야 오랜 분규의 합리적인 종식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