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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문화재의 보존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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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범하 1999년 09월 211호
머리말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 한다. 나라마다 눈앞에 닥친 새로운 21세기를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이미 1982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세계문화정책회의에서 여러 회원국가에 의해서 제안된 세계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은1986년 12월 8일에 열린 유엔 총회에서 승인·공포되었다. 이 계획은 1988년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되어 2000년대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마무리 될 예정이라 한다.
한국의 불교문화는 불교가 이 땅에 전래·수용된 이래 지금까지 약 1600여 년을 지내 오면서 한국문화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으며 앞으로도 이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불교문화의 보존과 그 활용 문제는 한국문화의 전통계승과 창조를 위한 관건關鍵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성보와 문화재
문화의 개념을 폭 넓게 이해할 때 종교도 문화를 구성하는 한 요소에 포함된다. 따라서 불교라는 특수성을 지닌 문화가 보면성을 지니면서 인류의 공동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이미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는 유물 가운데 종교와 관련된 문화유산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보聖寶란 불교의 교리와 신앙에 기초하여 예배의 대상으로 조성된 조형물을 비롯 교화를 위한 방편으로 제작된 성물聖物을 일컫는다. 이러한 성보의 개념은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에 근거하여 발전된 것으로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지 아니하며, 또한 미적 가치판단에 구애 받지도 않는 존재이다. 그리고 성보의 조성에는 그 시작부터 예배 대상으로 모셔질 때까지 엄격한 의궤儀軌에 따라 조성되고 그 과정에서 뜨거운 신앙심이 기울여지기 때문에 숱한 영험靈驗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성보는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조형물이지만 그 형상을 넘어 선 존재이기도 하다.

성보의 보존 방안
성보의 보존 방안은 이상적으로 말하면 조성된 동기나 과정 그리고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신앙의 대상으로 서 존재할 수 있도록 보존해야 하는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러 가지 조건과 제약으로 본디의 봉안처를 떠나 있거나 방치되어 있으며 도난이나 파손의 위기에 처한 것도 적지 않다. 한편 박물관이나 관련기관, 또는 개인이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성보로서 올바르게 보존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보는 살아 숨쉬는 문화유산이다. 대부분의 문화유산은 이미 지나가 버린 시대의 유물로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성보는 오늘날도 신앙의 대상으로 숭앙되고 있는 역사적인 존재이면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 특정이다.

성보 보존을 위한 전제 조건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성보와 성보문화재는 불교인의 신앙대상으로 조성된 성물이다. 그러한 까닭에 성보의 보존 관리를 위해서는 불자가 아닐지라도 성보가 지닌 이러한 특성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먼저 신앙대상인 성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문제이다.
현재 국립박물관 뜰에 불두가 없는 파불破佛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무리 문화재 차원이라 하더라도 우리 불자들에겐 신성 모독일 수 있고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도 올바른 일은 아니다. 새로운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은 성보의 보존 관리와 관련 법규의 정비 보완 문제이다.
지금까지 성보문화재의 보존 관리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여 왔다. 다시 말하자면 정작 성보의 보존 관리에 주도권을 행사해야 할 불교계는 먼산에 불 보듯 해 왔다는 것이다.
성보에 대한 상거래 행위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 성보가 재화로서 거래 행위만 할 수 없더라도 지금과 같은 성보의 도난은 없을 것이다. 정부기관과 종단에서 제도적으로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보 보존을 위한 제안
성보 보존 관리를 효율적으로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기본적인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국의 사찰을 비롯하여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성보와 성보문화재의 현황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정보화하는 일이다.
다음은 불교중앙박물관의 건립인데, 최근에는 사찰에 봉안된 성보가 도난 당하는 일이 많아져 성보 보존관리에 비상이 걸리자 서둘러 그 대책의 하나로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 몇몇 본사를 중심으로 유물전시관 형식의 건물을 건립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일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어떤 성보를 어떻게 보존 관리해야 하는지 현황 파악도 못한 채 성급하게 건물부터 짓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앞으로 유물전시관을 운영 관리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거나 양성할 계획도 없는 것이다. 또한 사찰 안에 새롭게 건립되는 건물의 위치 선정이나 규모, 그리고 구조나 형태가 기존의 전통건물이나 주변 환경과 조회를 이루는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성보 보존 관리를 중추적으로 담당할 전문 기관으로서 불교중앙박물관의 건립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각 사찰의 박물관도 창건 연기를 중심으로 특성화해야 하겠다.

성보박물관의 역할
성보 박물관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법당의 연장 선상에서 기획되고 건립되어야 한다. 사찰의 법당은 불교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예배 공간이지만 비불교인들은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다.
박물관이라는 공개된 장소를 마련하는 것은 화재나 도난에서 보존이 어려운 성보들을 전시하여 불교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은 물론 시청각 포교장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물관의 궁극적인 역할은 수집, 조사, 발굴, 연구를 통해서 유실되어 가는 성보들을 보존·관리하고 찬란했던 불교문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센터를 이용하여 박물관 대학 및 각종 문화 강좌를 개설하여 전통문화의 터전인 사찰이 전인교육의 수련 도량으로, 맑은 물과 울창한 수목, 경관이 빼어난 곳에 자리한 산사가 환경운동의 산 교육장으로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

맺는말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참다운 삶을 가꾸는 데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 헛된 욕망이 빚어낸 피로 물든 그 처절한 고통과 비극을 우리는 배웠다. 모든 문화유산은 그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눈앞에 다가온 21세기는 모두가 더불어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대이길 바란다. 이 티끌 세상을 청정한 정토로 가꾸는 일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정토를 가꾸는 힘은 자비와 지혜에서 비롯된다.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가꾸는 일은 자비와 지혜의 힘을 샘솟게 하는 하나의 방편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