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선사가 황혼을 바라보며 지은 게송이다.
꽃은 피면 지고 사람은 나면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은 곧 현실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끝없는 생사윤회의 근원이 된다.
현상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찰라생刹那生 찰라刹剩那藏하는 이 마음의 뿌리까지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현실의 삶이 이상의 틀에 맞지 않는다며
훌쩍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주위의 부러운 시선까지 받으면서.
그러나 그 방황의 끝에서 만난 ‘집착’이라는 끈질긴 녀석에게 발목이 잡혀 고통의 밑바닥을
몇 년 동안 헤매야만 했다.
어느 날 지친 몸으로 산사를 찾았을 때 우연히 만난 일연 선사의 이 게송은 내 영혼의 갈증을
식혀 주기에 충분했다.
고집멸도苦集滅道.
삶이 유한有限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나는 몇 년이 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