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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이에서의 성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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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진월 1995년 02월 156호
하와이는 미국 내에서 부처님 성도절을 공식적으로 기리는 유일한 주이다.
오 년 전에 한 하와이 주의회 상원의원이 석존의 성도일을 하와이 주 공식 기념일로 제정 발의함으로써, 주의회의 통과와 주지사의 공포로, 해마다 12월 8일을 ‘깨달음의 날(Bodh-dayv)”로 기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 1월 중순까지 한 달 가량의 겨울 방학 틈에 하와이에 다녀왔다. 지난 연말에 가서 두주일 가까이 대원사에 머물며 느낀 하와이 불교계 소식을 전하려 한다. 대원사는 해외에 있는 한국 사찰로서 가장 한국적으로 지은 절이다. 법당, 탑, 종각 등 구색을 맞추어 한국 전통 양식으로 건축하였다. 야자수와 망고 나무가 어우러진 남국의 정취속에서도 한국식 기와 지붕과 산뜻한 단청은 한국 교포들에게 아주 매력적이다. 마침 휴가차 하와이에 들른 미국 불교학계의 원로인 스탠리 와인스타인 예일 대학 교수는 대원사를 방문하여 자신이 본 “미국의 사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하와이 대원사는 한국 불교 도량을 대표하며 의젓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일부 주민들의 이해가 부족하여 아직도 그 좋은 범종을 제대로 울리지 못하고 있음이다. 그러나 서해 전야제는 으레 불꽃놀이로 온 동네가 요란하므로 제야의 타종을 시비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번에도 여느 때처럼 한국의 원로시인 미당 서정주씨의 헌시와 함께 “세계평화기원범종”의 이름이 새겨진 종을 울리며 열린 송구명신 법회에서 대중은 물론 뭇 생명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성취하기를 기원했다. 특히 올해에는 몇 년 동안 끌어 온 대원사 불교 문화원 불사의 원만 회향과, 분단 반 세기를 겪는 조국의 평화 통일과,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세계의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삼십삼천에 고하느라 서른 세 번 타종했다.
연말 연시의 분기점인 자정을 전후하여 사부대중이 함께 참회와 발원 정근을 하고 나서 탑돌이를 하며 신심과 원력을 다진 뒤 떡국을 함께 먹으며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낮에 있었던 일요일 정규법회 시간에 신년 축하법회를 가졌다. 올해로 창건 스무 돌을 맞는 대원사는 대규모 국제 학술회의 등 자축과 발전을 위한 기념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법회는 이러한 원력을 함께 키워나가자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에는 양력 정월과 음력 섣달의 날짜가 같아서 한국에서는 납팔정진臘八精進-성도절 기념 용맹정진-이 진행되리라 짐작하여, 뜻 있는 이들과 함께 대원사에서 일 주일 동안 작별 기도와 참선 정진 기간을 가졌다.
하와이는 미국내에서 부처님 성도절을 공식적으로 기리는 유일한 주이다. 오년 전에 한 하와이 주의회 상원의원이 석존의 성도일을 하와이 주 공식 기념일로 제정 발의함으로써, 주의회의 통과와 주지사의 공포로, 해마다. 12월 8일을 “깨달음의 날(buddhi-day)”로 기념하고 있다. 비록 양력으로 기리지만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조치였다. 요즈음에 으레 하와이에 있는 여러 종파의 불교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부처님 성도의 기쁨과 더불어 친목과 일체감을 통해 불교인의 동질성 확인과 지역 사회의 불교 발전을 위한 공동목표 달성을 협의한다. 그 만큼 하와이에서는 불교의 힘이 강하며 좋은 분위기를 가꾸어 나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하와이 불교도들의 활동은 자못 활발하다. ‘하와이 국제 불교도 협회 (Hawaii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Buddhists, 약칭 HAIB)’는 불교도들간의 초종파적 기구인데, 필자도 그 창립회원이며 초대 부회장의 한 사람으로서 참
선과 정신 계발 분과를 맡았었다. 이 협회는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 중국, 월남 등의 대승 불교권과 태국, 스리랑카 등의 상좌부 및 티베트의 금강승 전통을 망라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불교도 들이 동참하여 탁마하고 협의하여 화엄회상으로 가꾸어 가고 있다.
동서 문화의 종합 연구로 이름난 하와이 대학은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서구에서 가장 많은 불교 관련 교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종교학과의 데이비드 채플, 조지 다나베, 철학과의 데이비드 칼루파하나 교수 등 십여 명의 중진 학자들이 저마다의 전문분야를 담당하여 불교학술회의도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 따라서 비중 있는 불교 서적도 많이 출판하고 규모 있는 불교 학술회의도 비교적 자주 주최한다.
사회 봉사 활동의 예를 들면, 일본계가 주관하는 “보시사업(Project Dana)”은 병원이나 양로원은 물론 개인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자원 봉사로 간호하고 도와주는 일들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하와이 본부 조직으로서 “국제아동구호회(International Buddhist Children’s Relief Program)”가 세계 여러 곳의 불우한 아동들을 돕고 있다. 창립회장 크래퇸티맨 박사는 하와이 대학 심리학과 교수였으나 발심 출가하여 참선 수행하며 사회 봉사에 열심이다. 그는 칠레 등 가톨릭 지역인 남미에 선원을 개설하여 지도하고 있으며, 자금을 마련하고자 정신 치료 상담을 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필자와 함께 <운문선사어록> 영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요즈음 추진하는 불교 행사로 한국 불교계도 준비해야 할 의미 있는 과제를 하나 소개한다. 하와이 대학의 채플교수가 주도하는 공개 토론회 계획인데, “불교인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5월 20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개최 할 예정이다. 우리들이 일상 생활에서 늘 부딪치는 개인이나 가족, 이웃들이 겪는 갖가지 고통을 어떻게 불교적으로 이해하고 대처해 나가는지 각 민족 문화의 전통 입장에서 조명하고 그 실제 방법을 시연해 보는 작업이다. 따라서 병원이나 양로원 등에서 봉사하는 이들과 특히 죽음을 앞둔 상황과 사후의 유가족과 망자에 대한 불교적 대응이 주된 관심사이다.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 중국, 월남 등 동아시아 나라들과 남방 불교국 및 베트남도 참여한다. 마지막에는그 방면의 전문가들의 심포지엄도 있다. 채플 교수가 대원사에 찾아와 한국의 몫을 부탁하였는데 우리 전통을 외국인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불교 전통도 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장례나 제사에 쓰이는 예식문 등 한국 자료들의 영역과 진행에 대한 설명이 준비 되어야 할 것이다.
새 책 두 권을 소개한다. 먼저 스리랑카 캔디의 불교 출판회(Ruddhist Publication Society, 1994)가 출판한 증보판으로서, 보디 비구편집, 에리 프롬 서문의 <법法의 조망-니야포니카 장로의 불교 저술들 m1e Vision of Dhamma: Buddhist writings of Nyanaponika Thera>가 있다. 상좌부 계통의 불교적 관점에서 현대인의 정신적 혼란과 위기의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는 귀한 책이다. 초판은 1986년 런던에서 나왔다. 지난해 10월 아혼 네살로 일생을 마친 독일 출소의 저자 니야나포니카는 스리랑카에서 출가 수행했으며, <불교 명상의 핵심 The Heart of Buddhist Meditation)」을 비롯해 이십 여 권의 영문저작을 남긴 고승이다.
태국의 인권 운동가로 저명한 불교 지성 슬락 시바락사가 편집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탐구-붓다다사 비구의 유잔과 도전(The Quest for a just Society:The Legacy and Cdanenge of Buddhadasa)」은 방콕의 개발을 위한 태국종교위원회 (Thal Inter-religious CoI11111isson for Development, 1994년) 가 출판했는데, 사회 계몽의 선각-붓다다사 스님에 대한 네 편의 글을 한데 묶었다. 물질적 풍-요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정신적 결핍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도덕. 환경 문제 등 개인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며 살다간 스님의 가르침과 실천의 모범을 재조명한 교양서이다.
대승불교를 내세우며 제 노릇도 못하면서 남방 불교를 소승으로 간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견문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다양한 불교 전통을 올바로 이해하며 원만한 불교지견을 갖고 불교세계 건설에 모든 불자들과 협조해 나가야만 한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