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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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5년 02월 156호
산사의 겨울은 눈이 내리고 있을 때보다 그 뒤에 더 추위를 느끼게 한다. 여기저기 소복하게 쌓인 눈은 침묵으로 젖은 수행자의 마음을 하얗게 부풀려 놓는다. 앙상해진 겨우살이들을 탐스럽고 아름답게 꾸민다. 산속의 도량은 계절의 구별이 뚜렷하다.
그래서 삼동의 추위가 시정보다 더 매섭게 느껴진다.
지난 봄에 깨끗이 손질해서 접어 넣어둔 누비를 꺼내어 입고 그 한벌로 동안거 맹추위를 견딘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고 홈질한 것을 누비縷緋라고 한다.
누비는 승복僧服인 납의納衣에서 비롯되었으며 납納은 기웠다는 뜻이다.
기원전 칠세기쯤 인도에서 불교가 일어날 때부터 수행자들은 고행의 한 수련방법으로 세상 사람들이 버린 여러가지 낡은 헝겊을 모아서 누덕누덕 기워 만든 납의라는 옷을 입었다. 믿음이 깊은 신자에게는 이 납의도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승가에서 비롯한 누비느 복식 문화의 발달과 함께 만드는 솜씨가 더욱 섬세해지고 다른 옷에도 영향을 끼친다.
누비는 솜 두께와 바느질 법에 따라 오목吾目 누비, 중中 누비, 세細 누비, 세중細中 누비, 잔 누비, 납작 누비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날씨가 추워서 지금과 같은 두세 겹 헝겊을 누비거나 속에 솜을 넣은 누비가 생겨났다.
소리를 입으로 내뱉기보다는 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행납자는 낮에는 옷이요, 밤에는 이불이 되는 누비 한 벌로 삼동 추위도 잊은 채 깊은 정신 세계를 이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