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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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4년 11월 153호
더벅머리 무명초에 해인사 행자실문을 두드린 지 벌써 강산이 한번 탈바꿈했을 세월이다.
초점을 제대로 못 잡은 눈망울은 언제나 사방을 두리번거리고,몸은 가벼운 소리에도 흠칫흠칫 이쪽 저족으로 분주하고,삼경이면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면 어느새 도량석 목탁소리리이다.이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검은 눈망울과 얼굴은 제자리를 찾고,건강한 정신과 육체 그리고 향긋한 주변의 환경에 수행자의 참모습으로 바뀐다. 좋은 생각과 좋은 음식, 좋은 행동은 시간은 더디지만 건강한 몸과 신선한 얼굴을 만든다.그래서 장년의 얼굴은 스스로의 행동이 쌓인 결과라고 했다. 거울의 기원은 청동제의 큰 대야에서 찾을 수 있다. 대야에 물을 담아 얼굴을 비추어 보다가 차츰 물이 없어도 얼굴이 비치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만들어진 것이 동경이다. 동경은 구리로 만든 거울이다.
동판의 표면을 잘 다듬고 문질러 얼굴을 비추어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뒷면에는 갖가지의 아름다운 문양이나 길상어吉祥語들을 새겼다. 청동기 시대에 이미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나쁜 생각과 좋은 생각, 그냥 흘러가는 생각도 우리 몸 어딘가에 쌓여 가고 그 기운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얼굴이 된다. 우리는 조화 속에 살아 가고 있다. 자연의 섭리도 이 조화 속에 이루어진다. 정신과 몸이 조화를 이루면 얼굴도 싱그러움을 간직할 수 있다. 거울, 여기에 비치는 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