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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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4년 10월 152호
산등성이 두메산골에 땅거미 짙게 깔리면 흙담 사이로 촛불이 불그스레 번져 나온다. 이맘 때 일손을 멈추고 들에서 집으로 찾아 든다. 해가 지면 쉬고, 멀리 동녘이 터 오면 일을 하던 그런 세대는 멀리 가고 요즘은 밤이면 오히려 휘황찬란해진 지 오래되었다. 고요한 적막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낮의 활기찬 시간도 짧으리라. 자연의 중요함도 그 만큼 줄었으리라. 호롱불이나 촛불은 이제 이 세상과는 어울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촛불은 문명의 이기에 밀려 산 속의 절에서나마 갸날프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세상이 고즈넉하게 잠 들어 있을 때도 도량의 중심인 법당부터 촛불이 밝혀진다. 촛대는 이러한 촛불을 받쳐주는 중요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조각품으로서 멋을 풍긴다. 새벽별이 빛나는 이른 아직에 창호지에 은은하게 베이는 빛은 대중의 발길을 이 곳으로 모은다. 이렇듯 절의 하루는 촛불이 켜짐과 꺼짐에 함께 한다. 자기의 몸을 녹여 주변을 밝혀 주는 촛불을 지탱하는 촛대가 있어 그 빛이 더욱 밝듯이 우리 수행자도 은은하지만 꺼지지 않는 세상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무엇을 위해 촛불을 밝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