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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6 10:43
사랑하는 벗에게...... 014.
 글쓴이 : 해인
조회 : 110  

 



014.

 


     낮에 사천에서 신혼부부가 아기를 안고 찾아왔었네. 나는

     산에서 고사리밭을 정리하느라 승복이 아닌 작업복을 입

     었고, 먼지까지 뒤집어써 꾀죄죄한 모스비었네. 옷도 못 갈

     아입고 앉아 미리 따다 놓은 매화꽃을 냉동실에서 꺼어내 매

     화차르르 대접하였네. 몰골이 말이 아닌 중이었는지라 미안

     하기 그지없었네.


     아기 엄마는 집으로 돌아기기 전, 파릇파릇 올라온 어린

     쑥을 겨우 한 끼 먹을 만큼 캤다네. 나는 어린 쑥보다는 좀

     더 자란 것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하였더니 그게 아

     니라고 하였네. 많이 먹으려는 게 아니라 봄 향기를 먹고 싶

     어서 어린 쑥을 캔다는 것이었네.


     이 나이 먹도록 나는 쑥을 캐는 일이 봄의 향기를 먹기

     위한 것임을 잊고 살았구나 싶었네. 다시 생각하니 쑥은 정

     말 봄의 향기였네. 어린 순을 고르고 고르며 사랑하는 이에

     게 한 움쿰 끓여 내는 그 설렘이 쑥이었다네. 그래서 일행

     을 보내고 나서 나도 쑥을 캤다네.


     혼자 먹어도 쑥은 그렇게 봄향이었네. 냉이도 봄향이었

     네. 누가 많이 캐느냐, 얼마나 많이 가져가서 끓여 먹느냐

     가 아니라 얼마나 봄향을 더 느끼느냐가 중요하였네. 내 남

     은 인생도 얼마나 사람다운 향기를 더 내느냐가 중요한 문

     제일 것이었네.

    

 

 

 



                                                            출처 : 도정스님의 『 사랑하는 벗에게...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