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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2-15 00:00
내 사랑의 눈물나는 신전을 믿습니다 ,,,,,,,,,,,,,,,,,,,,,,,,,,
 글쓴이 : xcv
조회 : 9,374  
내 사랑의 눈물나는 신전을 믿습니다 ,,,,,,,,,,,,,,,,,,,,,,,,,,


차례)
1. 내 사랑의 눈물나는 신전을 믿습니다

2. 도마뱀이 거북으로 변한 사연 - (스님의 덕)

3. 귀부처님, 눈부처님, 코부처님, 입부처님
4. 주지 스님의 품 넓은 너그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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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사랑의 눈물나는 신전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누구나 그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할 것입니다.

내게도 한때 열병을 앓게 했던 사랑하는 여자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도 많은 나이테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 여자사람은 여전히 내 가슴 속에 있습니다. 나는 늘 생각했습니다. 만약 길에서 그 여자사람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그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은 케케묵은 연애편지도, 지난날의 원망섞인 아쉬움도 아닙니다. 황금보석과 같은 값나가는 찬란한 물건도 아닙니다. 나는 그 여자사람을 만난다면 단 10분, 아니 단 5분이라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할 것입니다. 내가 그녀에게 진정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여우 한 마리가 신께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챙겨들고 신전으로 가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여우는 배가 고프자 그만 준비한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 이때 과일장수가 수레를 끌고 지나갔다. 수레 위에는 호두와 복숭아가 가득했다. 여우는 말했다.

"과일장수님, 저는 지금 신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신전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신께 바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호두 하나와 복숭아 하나를 주시면, 신께 그 겉과 속을, 그 겉과 속을 모두 바치겠습니다."

과일장수는 신께 바칠 신성한 음식이란 말에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하고 흔쾌히 과일을 주었다. 여우는 다시 길을 가다가 배가 고파지자, 약속과는 달리 호두와 복숭아를 냉큼 먹어치웠다.

마침내 신의 제단 앞에 도착한 여우는 호두껍질과 복숭아씨를 바치고서 말했다.

"신이시여, 저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호두껍질은 겉이요 복숭아씨는 속이오니, 신께 그 겉과 속을 모두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신전이 와르르 무너져내려 여우는 그대로 죽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 사랑은 호두껍질과 복숭아씨였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 우화를 읽으면서 내 사랑을 탓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그 세월은 힘이 되어 내 사랑을 호두 속과 복숭아의 과육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나는 내 사랑의 신전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우연히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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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마뱀이 거북으로 변한 사연 - (스님의 덕)

깊은 산중의 어느 작은 암자에 한 스님이 살고 있었다. 스님은 늘 새벽녘에 일어나 불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정성껏 염불공양을 하였다. 맑은 목탁소리가 똑 딱 똑 딱 울릴 때면 새벽의 고요는 더욱 고요해졌다.

어느 날 새벽, 도마뱀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와 방바닥과 벽을 타고 다니다가 촛대를 넘어뜨려 촛불을 꺼트렸다. 스님이 다시 촛대를 세워놓고 촛불을 켜놓았으나 도마뱀은 또다시 촛대를 넘어뜨려 촛불을 꺼트리고 말았다.

그날 이후, 도마뱀은 새벽마다 찾아와 스님의 애를 먹였다. 스님을 곯려주는 일에 도마뱀은 큰 재미를 느꼈던 것이다.

도마뱀은 자신의 걸음이 워낙 빠른데다 벽이나 기둥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마음대로 기어다닐 수 있기 때문에 스님에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불가에서는 살생을 금하기 때문에 설사 잡힌다 해도 죽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스님은 성질이 느긋하고 마음씨가 너그러웠지만 번번이 도마뱀이 애를 먹이자 이윽고 화가 났다. 그래서 도마뱀을 잡아 단단히 혼내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녀석의 발걸음과 몸동작이 워낙 빨라 맨손으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새벽, 스님은 방안에 큰 이불을 펴놓고, 옆에는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하나를 준비해두었다. 그러고는 여느 때처럼 목탁을 두드리며 경을 읊고 있었다.

드디어 어김없이 그 도마뱀이 나타났다. 도마뱀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이불 위를 기어가자, 스님은 날쌔게 그 바가지로 녀석을 덮쳤다. 그리하여 도마뱀은 바가지 속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스님은 한 손으로는 바가지를 누른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이불 홑청을 도려내어 바가지를 감싸 그대로 꿰매버렸다.

도마뱀의 생각대로 살생을 금해야 하는 불가의 스님으로서 녀석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살려주기는 해야겠는데 그대로 풀어주면 또 찾아와 애를 먹일 것 같았다.

"그래, 살려주기는 하되 녀석의 걸음을 최대한 느리게 만들어 놓자. 다시 찾아와 애를 먹이면 금방이라도 잡을 수 있게."

스님은 납작한 나무접시를 하나 구해 바가지에 대고 딱 붙여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 접시에 여섯 개의 구멍을 뚫었다.

"도마뱀아, 너는 지금껏 수십 차례에 걸쳐 부처님께 바치는 내 염불공양을 방해했다. 죄를 지으면 그 죄값을 받아야 마땅하느니라. 너는 자신의 빠른 걸음만 믿고 내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이제 너는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걷는 느림보가 되어 살아가야 하느니라.

접시에 뚫어놓은 여섯 개의 구멍 밖으로 너의 네 다리와 머리, 꼬리를 내놓고 기어가거라. 너보다 힘센 동물이 너를 잡아먹으려고 접근해오면, 빠른 걸음으로 도망쳐 갈 수 없으니 머리와 꼬리, 네 다리를 바가지 속으로 끌어들이거라. 어서 가거라."

도마뱀은 더없이 슬프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마뱀은 여섯 개의 구멍 밖으로 네 다리와 머리, 꼬리를 내밀고 발길 닿는대로 느릿느릿 기어갔다. 바가지와 접시가 무겁고 또 불편하여 그 재빨랐던 걸음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느림보 걸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갔다. 바가지 속의 도마뱀이 크게 자라나 등은 바가지에 딱 붙어버리고 배는 접시에 딱 붙어 버려, 오늘날과 같은 거북이 된 것이었다.

오늘날까지도 거북 등의 무늬는 그때 스님이 바가지를 감싼 이불홑청의 무늬 그대로이지요. 그리고 거북의 배는 왜 하얀 색깔일까요? 그때 스님이 바가지에 붙인 그 나무접시가 하얀 나무접시였기 때문이지요.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나울시 우화집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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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부처님, 눈부처님, 코부처님, 입부처님


아늑한 산품 속에, 인품 넉넉한 한 스님이 손수 절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터를 다져 주춧돌도 놓고,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다가 기둥도 세우고, 마룻대와 서까래도 올렸습니다. 또 골기와를 올려 고랑과 이랑, 용마루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스님은 정과 망치를 손에 들었습니다. 친히 돌부처를 깎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 골짜기에 정과 망치소리가 끓일 새 없더니, 일여 년만에 네 돌부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그 돌부처들은 여느 돌부처와 얼굴 생김새가 판이했습니다.
하나는 눈만 있고, 하나는 귀만 있고, 하나는 입만 있고, 나머지 하나는 코만 있는 돌부처였습니다.

......................
스님은 칸막이를 쳐, 법당을 넷으로 나누었습니다.
각각에 그 돌부처를 하나씩 모셔놓았습니다.

스님은 항용 법당 앞에서 그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안내하였습니다.

[부처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시면 귀부처님이 계신 법당에 들어가시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시려면 입부처님이 계신 법당에 들어가십시오. 또 부처님의 눈을 통해 님의 마음을 읽으시려면 눈부처님이 계신 곳에, 향기공양을 하거나 불향(佛香)을 맡으시려면 코부처님이 계신 법당에 들어가십시오.]

그러자 그들은 거의 대다수가 귀부처를 모셔놓은 법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너나없이,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 이런저런 소원을 말하며, 그 소원을 풀어 달라고 하소했습니다.

늘상, 그 법당은 문턱이 닳아 떨어질 정도였으나, 눈부처와 코부처, 입부처를 모셔놓은 법당은 가을걷이를 끝낸 빈 들판처럼 한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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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지 스님의 품 넓은 너그러움

산중턱에 자리잡은 어느 사찰.
주지 스님은 새벽마다 네 시 정각이 되면 종각의 범종을 둥둥 울렸습니다.
맑은 종소리는 나이테같은 겹겹의 둥근 궤적을 그리며, 그 궤적이 점점 커져, 커지는 만큼씩 멀리 멀리로 퍼져나갔습니다.

주승은 그 깨끗한 종소리가, 참진리의 세포가 쌓이고 쌓인 부처님의 말씀처럼, 온 누리 중생들의 가슴에 고이고이 스며들기를 염원했습니다.

어느 한밤중, 그 절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종각에 매달려 있는 범종을 훔쳐가버린 것이었습니다. 그 종은 110kg정도 되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이었는데, 천년 전에 만들어진 국보급 문화재였습니다.

주승은 범종이 없어진 것을 보고서도 그리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묵묵히 서 있다가 부엌으로 갔습니다. 종을 치듯, 절구공이로 부뚜막의 쇠절구를 3-4초 간격으로 쳐 소리가 울려나오게 했습니다.

[이 소리도 쇳소리요 종소리도 쇳소리인 것. 쇠절구를 엎어놓으면 종처럼 볼록이 되고, 종을 엎어놓으면 절구처럼 오목이 되는 것. 울림이 크고 작을 뿐, 이 쇠절구도 종과 다름없는 것.]
주승은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것을 보고 한 수행승이 말했습니다.
[스님, 종은 종이고 절구는 절구가 아니겠습니까?]
[이것도 종이니라.]
[스님, 어찌 쇠절구를 종이라 하십니까?]

[어허, 어리석은 것아. 물구나무를 서서 두 손으로 걸음을 걷는 사람세상이 있다면, 두 발로 걷는 우리에게는 그들이 거꾸로 걷는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두 발로 걷는 우리가 거꾸로 걷는 것이니라.

쇠절구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매달려 있는 종이 엎어진 채 매달려 있는 것이고, 종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놓여 있는 절구가 엎어진 채 놓여 있는 것이니라.
나는 절구의 입장에서 엎어져 있는 종을 바로 놓고 치는 셈이니라.]

그 날 오후나절, 주승은 그 쇠절구를 가져다 종각에다 거꾸로 매달아놓았습니다.
새벽마다 예의 범종을 치듯 그 쇠절구를 쳤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절구종'이라 일컬었습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어느 날, 경찰이 범종을 훔쳐간 도둑을 잡았다는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주승은 지체없이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담당수사관은 도둑을 취조하고 있었습니다. 그 옆 바닥에,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범종이 놓여 있었습니다.

사연을 들어본즉, 그 도둑은 지긋지긋하도록 가난한 중생이었습니다. 하나 뿐인 어린 자식이 난치병이 걸려 신음하고 있지만, 병원에도 못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것을 훔쳐 고물상에게 팔려다가 장물임이 들통나버린 것이었습니다.

주승은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있다가 경찰에게 말했습니다.
[수사관 선생. 이 딱한 중생을 풀어주시오.]
수사관은 다소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스님. 도둑을 풀어 주라니,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천년이나 된 국보급 문화재를 훔친 대도를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느닷없이, 주승은 짚고 있는 나무지팡이로 옆에 있는 범종을 막 쿡쿡 찔러대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까짓게 무슨 국보급 문화재란 말이오. 이것은 범종이 아니라 쇠절구올시다.]

수사관은 어이가 없는 듯 주승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스님. 종은 위가 막혀 있고 아래는 뚫려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쇠절구는 위가 뚫려 있고 아래는 막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종은 볼록이요. 절구는 오목인 것입니다.]
[볼록이 오목이고 오목이 볼록이지, 뒤집으면 그게 그거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오.]

주승은 범종을 뒤집어 아가리를 위로 향하게 한 다음, 나무지팡이를 절구공이삼아 그 속에 넣어 절구방아를 찧듯 쿵쿵쿵쿵------.
[보시오, 나는 지금 절구방아를 찧고 있소이다. 이래도 이것이 쇠절구가 아니란 말이오.]

수사관은 주승의 그 남다른 행동이 다소 우스운지 가벼이 웃었습니다.
[어쨌든 이 도둑은 문화재를 훔친 대도입니다.]
수사관은 수사관답게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 중생이 이것을 골동품상에 팔려고 했다면 문화재를 훔친 것이 틀림없오. 하지만 이것을 고물상에게 팔려다가 붙잡혔지 않소이까. 때문에 국보급 문화재를 훔친 것이 아니라 낡아빠진 쇠절구를 훔친 것이올시다.

우리 절에는 쇠절구가 하나 더 있소이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쇠절구를 두 개나 갖고 있었오. 하나를 남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중생이 하나를 가져간 것이오. 그러니 어서 집으로 돌려보내 주시오.]

[안 됩니다. 도둑을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수사관은 업무적인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좋소이다. 이 쇠절구는 쇠절구도 아니고 고철덩어리일 뿐이오. 천년동안 한번도 무엇을 넣고 찧은 적이 없으니,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절구이니, 고철덩어리가 아니고 무엇이겠오. 아무튼 이 중생에게 고철덩어리 하나 훔친 죄값만이 주어지기를 바라겠오.]
하고 경찰서를 빠져나갔습니다.

주승은 산품으로 돌아가다가, 얼마 못 가서 다시 경찰서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보시오, 수사관 선생. 내가 아는 바로는, 도둑은 만약을 대비해서 또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칼을 소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러나 그 날 밤 이 중생은 칼을 갖고 있지 않았소이다.]

[칼을 갖고 있었는지 안 갖고 있었는지, 스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굵은 가죽끈으로 이 범종을 매달아놓았었는데, 보다시피 가죽끈이 잘리지 않고 그대로 있지 않소이까. 그 날 밤 칼을 갖고 있었다면, 애써서 가죽끈의 매듭을 풀어 이걸 떼지 않고 단박에 칼로 잘라서 이걸 떼어냈을 것이오.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시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나 더 하겠소이다. 이것을 돈 많은 어느 돈구렁이에게 제값을 받고 팔아 주시오. 그 돈닢으로 이 중생의 어린 자식을 치료하는데 써 주시오. 그러고도 돈닢이 남으면 그 나머지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주시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하고, 이까짓것을 종각에 매달아 두는 일이야말로 그 얼마나 사치스러운 노릇이겠오.]
하고 다시 경찰서를 벗어났습니다.

주승은 구렁이 등어릿길같은 산길을 타고 절로 돌아가던 중, 산기슭에서 뒷다리가 부러져 피를 흘리는 산노루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얼른 승복의 옷섶을 찢어 상처를 감싸주었습니다. 긴 염주를 끊어 실을 빼 동여매어 주었습니다.

주승은 산마루 고갯길에 올라 바랑봇짐을 풀어 불경책을 꺼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는 몰라도, 대뜸 그것을 불살라버렸습니다.
[내 마음이 불경이거늘 이까짓 종이뭉치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갑자기 서산능선이 먹장구름을 거세게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세좋게 뻗어나가 온 하늘을 먹빛으로 물들였습니다.
이내 굵은 우박이 후둑후둑 후두둑후두둑 쏟아져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찍히는 무수한 하얀 점, 점, 점------.

주승은 바랑 속에서 목탁을 꺼내, 산골짝의 깊은 협곡으로 휘익- 던져버렸습니다.
[내 머리통이 목탁이거늘 저까짓 나무토막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주승은 전연 움츠러들지 않고, 무섭게 쏟아져내리는 우박 속을 저벅저벅 걸어갔습니다. 그렇게 태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초연이었습니다.

삭발한 둥근 머리통이 우박에 얻어맞아, 맑은 목탁소리를, 너무도 맑은 목탁소리를 통통통 내튕겼습니다.

*

그로부터 일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김도풍,라는 풍자가가 그 절에 가 보았습니다.
종각에 매달아놓았던 쇠절구는 부뚜막의 제자리를 찾아가 있었고, 종각에는 감자방울만한 소 요령이 하나 매달려 있었습니다.

주승은 새벽마다 범종을 치듯 그 요령을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요령소리가 범종의 소리처럼 멀리 멀리로 울려퍼지지는 않겠지만, 그 요령을 치는 주승의 참뜻은 더 멀리 더욱 멀리로 퍼져나갈 것이라 믿었습니다.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나울시 우화집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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