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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7-29 00:00
시집 제목 : 칡꽃이 필 때 만난 사람
 글쓴이 : 진관시인
조회 : 6,649  
시집 제목 : 칡꽃이 필 때 만난 사람

출판사 : 자주민보

시집을 내면서: 이름 없이 죽어간 영혼들을 위하여

광주 민중 항쟁 24주 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광주에 갔다. 광주는 이제 인권 도시로 변모했다. 이것은 바로 자기 자신 들의 존재를 보이기 위하여 으시대고 자만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만일에 광주에서 인권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민중을 배반하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민족은 국토의 분단이라는 59년의 한, 이 한을 안고 살아가는 광주 사람들, 광주는 결코 역사를 배반하지 않았다 .광주는 민중이 쟁취한 아름다운 도시로 인권의 광주로 다시 태어났다.

민중이 아니었다면 광주는 지금도 폭도라는 이름으로 살았을 것이며 우리가 말하는 여수 순천에 민중 들의 투쟁 처럼 그저 이름 없이 새끼를 기르는 나약한 새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것을 깨달았다. 여수 순천에 민중 들의 투쟁은 반란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수 순천에 민중 들은 민중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분출된 자주적인 민중 들의 저항이다. 이러한 역사를 우리가 성찰하는 시대의 사명을 안고 있음을 알았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망한다. 불의에 항거할 줄 모르고, 분노할 줄 모르는 민족은 소멸한다. 역사를 바르게 성찰하는 민족은 자기 조상의 혼을 지키지만 역사를 거역하는 자들은 자기 민족과 조상을 배반하는 자들 임을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망국적인 배반자는 이승만 매국노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승만은 매국노다. 한반도를 친미주의자 들의 땅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한반도 조선이 친미파 들이 우글거리는 땅이 되게하고 오늘도 민족의 국토가 통곡하는 땅이 되게 하였다

우리는 아직도 역사를 바르게 세우지 못하고 있으면서 동족을 사랑하는 짐승 보다도 못한 차마 하지 못할 짓을 하였다 한 민족, 한 핏줄, 한 형제 끼리 동족을 원수로 여기며 분단이라는 비극의 시대를 안고 살아간다. 친미파 들의 낙원이 되어버린 한반도의 남쪽은 한 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절망의 땅이다 평화라는 것은 언제나 그들이 그토록 섬기고 받드는 미국에 의하여 여지 없이 유린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그러할 때 우리들은 깨어나서 조국을 위하여 이름 없이 죽어간 영혼들에게 기도를 올리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전국 각 처에서 정치적으로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죽어간 이들을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시인인 나 자신은 오로지 일념으로 시 창작에 전념 하였다 그토록 긴 분단의 시대를 끝장내고 조국 통일의 시대를 활짝 여는 이 역사적 전환점에서 시인은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를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시인은 시로써 저항 할 때가 되었다 시여 저항하라 조국의 평화와 통일과 인간의 존엄과 정의와 인권과 자유를 짓밟는 저 침략의 무리들 미 제국주의를 향하여 저항할 때 만이 그대의 시는 자유다 민족의 혼이다 벌떡벌떡 살아 숨 쉰다 아름답다

미 제국주의의 주권 침탈과 친미파 들의 낙원이 되어버린 국토의 비극을 보면서 자연에 돌아가 민족의 모순에 침묵한다면 더 이상 이 국토에 민족의 시인이 아니다 시인은 민족의 언어로 민족의 글로 민족의 정신을 담아내는 민족의 몸이라는 것을 바르게 알지 못하면 외세의 꼭두각시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침묵은 긍정이다 더 이상 시인은 침묵하지 말라 시인은 민족의 지조이다. 시인의 오로지 민족의 양심으로 글을 쓰자 요즘 시인 들은 시골에 쳐박혀 민족의 현실을 외면하고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연의 시 만 쓰는 것이 자랑인 줄 알고 있다 자기 만의 시가 고상하기를 바라지만 죽어버린 시들이다 마치 연꽃이 진흙 탕 속에서 꽃을 피우듯이 시는 언제나 그 시대의 한 가운데에 있다

시대와 역사를 고민하지 않는 작가가 진정한 작가라고 말 할 수 있는가 분단으로 고통 받는 국토의 민중 들은 한 송이 꽃 보다도 한 그루의 나무 보다도 노래 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란 말인가 인간을 떠난 시는 시가 아니다 분단된 조국의 통일이나 이라크 파병 반대는 그저 무지한 민중 들이 부르짓는 것이고 시는 그것을 떠난 고상한 그 어떤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참으로 시의 현실은 조국의 현실 처럼 암담하다 시인 들이 만들어버린 오늘의 조국의 현실이다 오늘 날은 작가들의 의무를 저버린 시인 들이 시를 쓴다. 벙어리 시인 들이 벙어리 글을 쓰는 시대, 친미파와 미 제국주의는 분단 60년이 되도록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시는 거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것 만을 찾아 자연에 묻혀버렸다.

이 번에 발간하는 시집은 그런 의미에서 내 자신이 역사를 새롭게 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의 시들이다. 시집 제목은 "칡꽃이 필 때 만난 사람"이다. 이제 역사를 기억하자 이제 민족의 정기를 바르게 세우자 역사 앞에 우리는 죄인이 되었다. 분단의 아픔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승만 매국노에 의하여 죽어간 수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일이다. 그 영혼을 달래주지 않는다면 그 영혼은 우리 민족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여수, 순천, 구례, 지역과 전국 각 처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조국의 영혼 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이 시집을 낸다.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는 날, 그 날에 비극의 죽음은 결코 죽음이 아님을 우리는 기억 하리라.

나의 시는 1974 년에 시문학이란 시 전문지에서 제 1회 추천을 받고 1976 년 1월 호에 추천이 되어 시인이 되었다. 그 뒤에 문학을 바르게 하기 위하여 동국대학 불교대학 승가학과 수학. 서울예술대학 졸업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학 석사. 동국대학 행정대학원 북한학과 통일정책 전공 석사. 현재 한국방송대학 국어국문학과 3학년 재학을 하면서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그 동안 시집으로는 1976 년에 발행한 시집 "물결 갈라지는 곳에서" 외 다수의 창작 집, 수필집 "부처님 이시여 우리 부처님이시여" 동화집 "스님 사랑해요" 소설집 "다라니" 지금 까지 발간한 저서로는 15권 정도인데 아직도 문학에 대한 탐구를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살아간다. 이번 발간 시집은 "칡꽃이 필 때 만난 사람"에 대한 독자 여러분 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기를 바라면서 미륵 보살님 앞에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립니다.

2004년 8월 15일
무등산 방에서 : 진관 씀


1부, 여순 반란 이라는 비극에 대하여

1) 여순 반란 이라는 비극에 대하여 / 2) 무덤가에 핀 꽃 / 3) 멍게 처럼 기어라 / 4) 여수 바다 / 5) 오월 할미 꽃 / 6) 애기 섬 / 7) 전봇대 / 8) 돌 무덤 / 9) 보리 밭 / 10) 오월 여수 깨벌레 / 11) 오월 이끼 바위 / 12) 눈물 보다 진한 오월의 피 / 13) 여수 꽃 속에 묻힌 몸 / 14) 굴뚝 같은 세월 / 15) 오월 새벽에 / 16) 여수 앞 바다 수장 / 17) 여수의 슬픈 적야 / 18) 폐병쟁이도 아닌데 / 19) 개도 웃는 일 / 20) 빈 집 / 21) 감나무 집 / 22) 여수 여인들의 눈물 / 23) 먼 여수 바다 / 24) 섬 마다에 꽃 / 25) 돌아오지 못한 혼 / 26) 무심한 하루 / 27) 먼동이 틀 때 여수여! / 28) 먼동이 틀 때 여수여 / 29) 빗물을 마시고 / 30) 여수의 형제 돌무덤 앞에 서면 / 31) 분노의 느름 나무 / 32) 눈을 똑바로 뜨거라

2부, 역사여 이제는 말하라

1) 역사여 이제는 말하라 / 2) 순천 하늘아 / 3) 푸른 들 같은 몸 / 4) 냇가에 피맺힌 한 / 5) 순천 비극의 현장에서 / 6) 순천 호수가에 인조 오리 배 / 7) 순천 역에 기적은 울고 / 8) 순천에 검은 구름 / 9) 그 몸들 어디로 갔노 / 10) 청 개구리 울음 소리 / 11) 평화의 순천아 어서 말하라 / 12) 순천에 평화의 산 마을 / 13) 암흑의 밤 / 14) 푸른 옷을 입고 / 15) 순천에 사람들은 풀 옷을 입고 살아 / 16) 반달 / 17) 순천에 별 / 18) 순천 땅에 꽃이 지니 / 19) 순천에 이름 없는 무덤에 흙을 덮지 마라 / 20) 순천 연가 / 21) 해골 / 22) 철둑 길에 별 / 23) 순천 계곡에 한 맺힌 해골 / 24) 노을 / 25) 저 보이는 분수 / 26) 순천에 나타난 땅거미 울음 / 27) 어둠 속에 미소 / 28) 순천에 닭 싸움 터 / 29) 푸른 숲 속 혼백

3부, 칡꽃이 필 때에 만난 사람

1) 지리산 잠입 행자여! / 2) 지리산을 벗 삼아 / 3) 칡꽃이 필 때에 만난 사람 / 4) 초승 달이 바위를 쪼개며 / 5) 지리산아 말하라 / 6) 바위 꽃 / 7) 곰 같은 몸 처럼 울었다 / 8) 지리산에 살아도 / 9) 해와 달을 껴안고 / 10) 풀 밭에 딩굴던 몸 / 11) 지리산 봉우리 만 보면 알아 / 12) 지리산 동굴 / 13) 지리산은 눈바람 / 14) 지리산 곰아 울어라 / 15) 땅굴 속에 살아도 / 16) 지리산에 솔바람 소리 / 17) 다람쥐의 일생 / 18) 마을 마다 피는 꽃

4부)꽃 뱀이 옷을 벗는 초가집

1) 지리산에서의 비극 / 2) 낡은 집 / 3) 이름 모를 새 / 4) 녹슨 칼 주어 / 5) 죽은 소나무 / 6) 전봇대를 지킨 아이들 / 7) 돌담 집 / 8) 꽃 뱀이 옷을 벗는 초가집 / 9) 독 먹은 소 / 10) 소녀의 눈이 터져 바위에 걸려 있고 / 11) 깨미 뿔 / 12) 불바다가 된 지리산 / 13) 하이얀 밤 / 14) 보리밭 / 15) 계곡을 바라보니 / 16) 꽃 무덤 / 17) 지리산에 혼이여 / 18) 풀 숲에 누워 / 19) 그리운 사람 / 20) 풀 뿌리를 캐먹고 살아도 행복한 날 / 21) 허수아비 눈물 / 22)살아 있으면 만나리 / 23) 아득히 먼 날에 꿈 / 24) 지금도 그 자리에 묻혀 있는 나팔꽃 / 25) 개끄슬린 몸 / 26) 지리산으로 간 허수아비 / 27) 병든 나라에 살아도


1부, 1) 여순 반란 이라는 비극에 대하여

여순 반란 이라는 비극에 대하여 광주 망월동에 가서 보았다.
민중 항쟁으로 인하여 죽음으로 헌신한 열사들의 무덤을 보았다
올 해로 24주 년을 맞이하는 날인데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먼 날에 올 우리 들의 참다운 고향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안고 살아갈
조국 산천에 피는 꽃 들을 바라보아야 할 내 사랑 언덕을 향해
지친 인간의 살아갈 운명을 잊지 말자고 맹서 했다.

열사 들의 가슴에 피어나는 꽃
그리움으로 왔다가 그리움으로 떠나간 사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 본다.

여순 반란 이라는 비극에 대하여 말하려는 순간에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나를 슬프게 한다.
기억하라 기억해 내라 눈물로 기억해 내라

2) 무덤가에 핀 꽃

무덤가에 핀 꽃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할미 꽃도 아니고 개나리 꽃도 아닌데
이름 없는 무덤가에 피어있는 꽃
언제 다시 찾아 오려나.

까마귀도 고개를 들고 울어버린 밤
먼 바다 멀리로 흰 구름을 몰고 가는 바람
독수리 발톱에 피 흘리는 날도 오겠지

저녁 날에도 들려오고 있을 소리인데
그 날에도 밤은 멀리로 가는 적막 강산
무덤 가에 핀 꽃을 먹으려나 보다

바다 멀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에 대고
총알 자국에 피 흘린 자국도 씻을 수 없는 밤이라
피 자국도 씻을 수 없는 무덤가에 핀 꽃은 서럽구나.

3) 멍게 처럼 기어라

멍게 처럼 기어라
걸음을 옮기려해도 기력이 없다
날이 그 날 처럼 저물어 오는 밤에 비가 내리는 구나.

모래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갯벌에 서있어도
몸으로 걸음을 걸어도 저문 밤에 피는 달맞이 꽃 처럼
살아간다고 해도 살아 갈 수 없는 밤.

별은 오히려 내 삶의 뒤안 길에
대추 나무 처럼 열매를 맺으려 하는데
멍개 처럼 살아가려는 꿈도 잊었다

저 하늘 밖에 구름이 떠오르고 있는데
멍개 처럼 살다가 가는 길가에 꽃이 된다.
살아라. 살아라. 눈을 뜨고 살아라.

4) 여수 바다

여수 바다 앞에 서있다가 눈을 뜨고 바라보니 너무도 슬프다
어느 날에 이름 없이 끌려 갔다가 죽었다는 전설이 있는 여수 바다
멀리로 애기 섬이 눈 앞에 보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서있는 나
참으로 귀중한 목숨이 전설로 만 남아 있구나.

아주 가난했다는 것도 아닌 몸 민초 들이 아닌 몸
몸 들은 언제나 소중한 몸 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어
배를 몰고서 가는 이들에게도 꿈과 낭만은 있었지

그 밤에는 여수 바다에는 배도 뜰 수가 없는 파도
그러한 파도 만이 내밀듯이 혀를 내밀듯이
밀려 왔다가 밀려 가는 날 이었지

아무런 저항도 없는 바다 여수 바다에 별이 쏟아지고
산 멀리에는 소쩍새가 목에 피를 토해내듯이 울고 있던 여수
얼마 만 인가 아무 의식도 없이 살아왔던 그 날 들이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만이 우리의 역사를 알아 보리라

피로 물드린 여수 바다에 오늘은 무심으로 서있다
개 처럼 끌려간 사람 들의 혀가 파도에 씻겼을 적에도
여수 앞 바다는 파도 만이 내 심장을 후려치고 있구나.
오십 년이나 바다 속에서 눈을 번쩍 뜨고 있다는 사실을
여수 바다 만이 그렇게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5) 오월 할미 꽃

바다로 배를 몰고 간 것도 아니 었다. 어느 날 갑작이 쏟아지는 비
비를 맞으면서 눈을 뜰 수도 없는 날 오월에 할미 꽃은 피었다.
피어나자 마자 고개를 들고 서있을 수 없는 운명인데
그 이유는 말 할 수 없다고 말 한다.

사연이 너무나 많아서 그러한 것인지
그것도 아닌데 할미 꽃은 오월에 피었다.
자 이제는 할 말을 해야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을 깨물었다가 다시 눈물을 흘리는 것인데 아무 의미도 모르고
대추 나무에 연 꼬리가 메달려 있다는 것 만 알고 있었지 만
아무도 그 날에 끌려간 것은 모른다
삼십 년이나 사십 년이 지나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던 이들도
긴 긴 잠에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었다
가난도 없고 부귀도 없는 잠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날
그 날을 우리 보다 먼저 와서 기억해 내고 있다.


바다는 말 없이 끌려가서는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연이 하나 남아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고양이 처럼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몸이 되었다.


6) 애기 섬

애기 섬에 끌려간 뒤에 소식이 없었다
살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죽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기록 했지

정말로 다정한 말은 아니지만 다정한 듯 들리는 소리
아주 먼 날에 그리움 들이 여기에 와서 깨어났다
오래 동안 잠에서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는 전설

전설 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 그것 뿐 이었다
섬에 살다가 간 이들의 말소리 만이 들려오고 있는 애기 섬
애기 섬에서 살았다는 것 그 것은 기적 이었다

기적을 먹었다 기적 소리 만 먹었다
애기 섬에는 어미도 없고 애비도 없다
오랜 날 이끼 만이 들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이끼에 온 몸을 감금당하고 있는 모습 만이 보였다


이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있다는 것도 꿈이 아니다
우리 들의 삶에 기억은 이끼로 돌아간다는 것
아주까리 동백꽃 만이 피어나 애기 섬을 지켰다

7) 전봇대

진한 피를 흘리며 깨었다 개 만도 못한 인간 이었다
어떻게 그러한 행위를 말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조준도 할 수 없는 비극의 총구 였다

꿈에서도 그러한 일을 할 수 없다
비 맞으면서도 눈물을 닦으면서도 꿈을 꾼 개
개 만도 못한 사람들의 창자 였다

창자가 끊어진 자리에 대나무를 이었다
대나무 처럼 살다 간 이들의 정조
전봇대에 기대인 몸은 기적 처럼 살았다

희미한 눈동자 만이 눈이 부시게 보이는 곳
전봇대 만이 나를 감싸고 있는 지리산
전봇대 만도 못한 인간의 생명이다

지리산에 들어간 이들의 눈물이다
피흘린 이들의 눈물이다 꽃피는 봄
그 날에 밤은 오늘 처럼 울었다


8) 돌 무덤

돌로 무덤을 만들었다 아무도 바라보는 이들도 없었다
아득히 먼 날에 오려는 이들은 기억이나 하려나
유언 한 장 없이 떠나간 이들도 있었다

한 번은 눈을 뜨고 바라본 사연 이지만
무지개 만 비온 날 산을 들어 올리듯이 서있었는 데
배나무 꽃 만 피어난 언덕 위에 외롭게 서있나

지친 이들의 이빨 자국 만을 남기고 죽어간 뒤
이름 없는 새 들의 돌 무덤을 파는 소식이 들려왔지
새도 돌 무덤 속에 묻혀 있는 뼈를 찾았다

먼 날에 구멍이 뚫리는 산을 아무 뜻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돌 다리를 두둘기면서 검은 소가 지나가다가 떨어진 철다리
바위 돌에 이끼 꽃을 피우는 사연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돌 무덤 하나 만을 남기고 간 이들의 뼈 만 보았다
삼십 년도 오십 년도 더 오래 남긴 사연이다.

9) 보리 밭

배고파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날에도 보리밭 고랑에 뱀도 울었다
신음 소리 마저 내지 못하는 몸으로 엎드려 껌부러기를 먹으며 울었다
잠을 이루지 못한 멍든 몸으로 울었다

기막힌 사연 만이 남아있는 날에도
낙동강을 넘나들던 작은 나룻배
이빨 만 남기고 간 이들의 혼

보리밭 고랑에 능구렁이 처럼 보이는 얼굴을 보이면서 움직인다
비온날 무지개 처럼 너울쓰고 울던 사연이 있는 밤
황토밭으로 끌려간 뒤에 산도 울었다

앵두나무 꽃이 필 적에 흰 고무신을 신고 가던 어린 시절
절벅거리면서 고무신에 발등이 빠져 있는 밤에도 울었다
보리 알에 검정 보리 알에 얼굴을 붉게 물드린 몸이 되었다
달팽이가 굴러 떨어진 보리 밭에 누워있는 새

달팽이가 먹고 살던 지렁이도 울었다

10) 오월 여수 깨벌레

징그러운 몸을 움직이고 있는 오월 여수 깨벌레
살아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 족한 하루 였다
하루 살이 삶에도 희망이 있는데
오월 여수 깨벌레는 이빨을
드러내고 울었다.

구어 먹을 배고파 구어 먹을 거북이 처럼
오월 여수 깨벌레도 긴 터널을 지나며
파뿌리 처럼 허연 머리 카락을 흔들며 울었다

숫처녀가 배고파 울적에도 참았던 눈물이
돗자리를 마련 할 때 처럼 울었던 바다
대죽을 깔고 침묵의 긴 터널을 기면서 간다

땅 속 깊은 곳, 그 깊은 곳에 숨어있던 깨벌레를 찾아내
그 긴 부리로 쪼아 먹고 있는 약육 강식의 세상
푸른 소나무 가지 위에 집을 짓고 살자 맹세한
참으로 다정한 사람이 행불자가 되었다니
언제 깨어났다가 쓰러질 지도 모르는 밤
백송 나무 가지 위에 옷을 벗어 던지고 말았다

11) 오월 이끼 바위

이끼 바위 돌 위에 피어 있는 풀꽃 등을 울리는 소리도 슬프구나
바위 돌 위에 떨어져버린 날개를 주어서 바람에 날렸다
아무 뜻 모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소리에 밤이 깊었다

무지개가 등살을 들어 올리고 있는 오월 바위
처음으로 속삭임을 배우게 된 사람의 혀를 움켜 쥐고
이끼 풀에 취하여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창살에 기대여 목메이게 불러보아도
한 번 떠나간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별의 내 무덤 터에 올라온 태양도
울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해도

지금 허연 이를 드러내고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데
말을 몰고 달리던 고구려 군사 들의 목소리가 요란스럽다
이 길은 분명히 피에 흠벅 적신 꽃 비오는 길 이었다
오월 이끼 바위도 꽃이라고 부르자 구나


12) 눈물 보다 진한 오월의 피

눈물 보다 진한 오월의 피를 흘린 새벽
땅에 엎드려 가슴을 드러내고 울었다
한 번은 누구의 어둠으로 가난을 흥부 처럼 배워야 한다니
그 날에도 조선에 여인 들은 울던 것 초차 잊었다

피 흘리는 것은 죄가 아니다
땅에 쓰러져 신음 소리를 내고 있던 이들의 가난도
깨 꽃이 피어있는 들판에 앉아 있는 새 너울도
그 부리 만큼은 못할지라도 서럽게 땅을 치며 울었다

부엉이 보다도 더 슬프게 하늘을 바라보며
언덕 위에 잠을 청하는 새 들의 속삭임도 눈 감고
개구리 뒷 다리 마다 알이 깬 아이들의 불알도
끝내는 먹지 못해 죽음으로 간 것 만 못하지
하루 해가 길기로소니 무엇을 말하랴

말 할 수 없는 사연도 여기에 와선 눈 감고 있으니
일본에 징용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무덤가에 바위돌 처럼
눈물 보다 더 진한 피를 토해내고 있는 부두
여기에 옷을 걸어두고 떠나간 그 혼을 기다린다


13) 여수 꽃 속에 묻힌 몸

꽃 속에 묻힌 몸을 부등켜 안고 울었는 데도
아직도 그 날에 온 몸에서 터진 피를 닦지 못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이나 했겠나

먼 날을 그렇게 무섭게 지나간 폭풍 같이
돌 비늘이 무너져 내리는 길을 잊어버린 뒤
나의 옷자락에도 껍질 같은 해가 떠 있는 별

세상의 뒤안 길에는 무지개가 다리를 놓고 있는데
아직은 내 삶의 무덤 많큼 단단하지 못해
개 목걸이 같은 세상에 살고 있구나

울다가 지친 울음 소리가 하늘을 뒤덮어도
끝내는 내 몸 안에 피가 돌고 있다는 것은 막지 못하지
징그럽게도 늙어 만 가는 구름 알을 장칼로 오려내자


14) 굴뚝 같은 세월

애비는 몰래 수레에 태우고 어디 갔오
눈물 보이는 어머니도 맨날 부르다가
보리 고개에 엎드려 신음하다 까마귀가 되었다

검은 까마귀 울고 있던 숨길을 벗어나와도
연신 그 날 밤에 그리움을 배우는 새가 된다
개구리 잠을 청하는 엄동 설한 같은 여름

배고파 신음 소리를 내는 바위 굴 속에 있던 이들
총 알이 몸통을 뚫고 지나는 밤에도 살았지
이제야 그 밤에 들었던 눈물 소리를 알았지

굴뚝 같은 세월을 가슴 속에 안고 살았다고 말하지 마라
오리를 먹다가 배가 아파 땅을 딩굴던 꽃 뱀 같이
생을 갈가먹는 몸이 되어 춤을 추는 굴뚝 같은 세월

15) 오월 새벽에

오월 새벽에 눈을 뜨니 텅 빈 가슴에 무너지는 소리
흘러가는 것이 바다에 물 처럼 보이는 것 아니다
오죽했으면 바위 옷을 입고 하늘을 바라본다

새벽에 옷을 벗어 버리고 눈물을 토해내더니
이 세상 길드린 바위 마다에 이끼 꽃을 피웠다
총알이 머리를 뚫고 지나는 소식을 아는가

밤이면 밤 마다 꽃 벌레 소리를 듣더니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울었다
입술을 깨물면서 가슴을 울리는 구나

산이 나를 멀리와서 그 날에 죽은 이들의 무덤가에
한 무더기 뼈를 찾아나서는 것도 잊어버렸다
새벽에 눈뜨고 일어나니 죽음의 꽃이 된다.


16) 여수 앞 바다 수장

여수 앞 바다 물 속 깊이에 묻어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땅이 부족했나 보다

땅을 파는 쇄소랑이 없었다고 말을 한 이들의 외침 소리에
놀란 가슴이다 지친 세상을 살았다.

조국이라는 이름을 빼앗겨버린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슬픈 일을 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 억새풀로 덮여 있는 삶

붉은 황토 밭에 무덤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있던 방이다 황토 방이 좋다

땅에 묻어 있으면 언젠가는 발각 되겠다

무지 무지한 배 걸음을 옳기면서 허리를 자르고 팔을 문드러지게 하고
돌 무더기 조차 발견 할 수 없는 사연이 새벽에 걸을 힘도 없어 졌다
나약한 줄다리기도 좋은데

새끼 줄로 동여맨 육신 이었으면 찾을 수도 있었는데
여수 앞 바다 물 속에 던져버린 육신들을 어찌할고
바다 속에 용왕도 혀를 내 밀었단다

참말로 전설이 되어 물 속에 온 몸을 씻기 위함 이었다
어머니 자궁 속에 살았던 고향으로 물 속 바다 속으로 갔나 보다

17) 여수의 슬픈 적야

깊어오는 새벽 이었다. 꿈을 먹고 사는 밤 이었다.
살아날려고 그렇게 몸 부림 치고 있었던 것도 본 이들이 없다
모든 것이 꿈으로 돌아 갔다

진실을 먹고 살았다는 것 만 있을 뿐이다. 징그러운 뱀이 울타리에 감겨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도 거짓 이였다

동학 농민 전쟁 때에도 살았다

삽자루와 호미도 무기가 되었다는 전설 만 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던 여수 사람들 -
애 못난 여인이 오히려 행복한 여수 이지만 한이 많은 조선의 땅

소리를 지르면서 외쳐대는 산 사나이

이것 만 보았다고 말하는 대낮 같이 어두운 밤
아니다 어둠이 내려와서 땅에 묻을 수 없는 대낮
저문 밤에 집새기 신 삼아 신고 통곡이라도 하자
대나무 지팡이를 망루에 걸어두고 울자

집 터 마저 없어져 버린 뒤에 찾아올 수 없는 빈 집
아름다운 섬이 그렇게도 탐이 났던 왜놈 들 같이
그 날에도 살아 났다는 것을 자랑하던 이들 이었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던 날이 오히려 행복하다.

18) 폐병쟁이도 아닌데

폐가 문드러지도록 못먹었던 몸도 아닌데
바위 돌로 내리친 해골이 되었다니 슬프다
언젠가는 그러한 몸을 추수릴 위인이 오리라

깊은 잠에 취하여 있던 이들 같이 눈을 뜨고 보니
없어졌던 것 들이 나타나는 오늘을 바라본다
폐병이 무섭기는 참말로 무서운 병인가

불 구덩이에 몸을 쌓고 불을 지른 여수여
피 바람이 몰아치는 뜨겁게 타는 뜨겁게 타는 여수
웃통을 벗어 놓고 남녀를 분간하지 않고 불을 지른

아 그들은 지금 쯤 어디에서
그러한 현상을 그림 그리고 있겠지
어서 세월 만 가라는 말 만 하고 있을 것이지
그러나 그 날에 모습을 말하지 않는다면
폐병쟁이가 되어 온 종일 기침을 하리라

땅에 엎드려 울면서 가슴을 치는 몸들아
말하라 어서 말하라 잔인한 죄를 말 하라
여수는 폐병쟁이 들이 아니라고 말 하라

19) 개도 웃는 일

개도 웃을 일이다.
빈정거리면서 웃는 일이다
어이하여 인간 들이 그리도 잔인한 일을 하느냐고


어제 밤에도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는 데
그제 밤에도 개 처럼 목에 줄을 메고 끌고 갔는데
이것이 무슨 장난이냐

여름 날 개 목숨 같은 벌벌 떠는 복날도 아닌데
할 말이 있으니 잠시 만 보자고 한 이 들의 무덤
한 번도 저항하지 않는 순수한 몸들 이다

죄라는 것이 없다고 그렇게 외치어도
개 패듯이 패는 것은 무엇이더냐
그렇게 울어대는 소쩍새 같은 피 토해낸 몸
밤이 깊어도 울어대는 이유를 알 수 있어

개도 웃을 일이다
비 내리는 밤에도 그렇게 울었다
개 처럼 끌고 간 자리에 무덤이 생겼다


20) 빈 집

바람이 불어오는 낮선 거리에 산 까치 마저 울어버린 언덕
사람이 살아야 할 토담 마저 무너져 버린 불개미 집 같은 집
그래도 그 날에 우리들에게는 삶의 꿈 이었다 행복 이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이름 없는 빈 집
잡초 마저 우거진 채 임자를 기다린 터

언제 돌아와 소리지르고
막걸리라도 한 사발 마시려나

검정 소 눈 앞에 부릎뜬 장검을 들고 서있나
그 날에도 겁나지 않던 일제 때 였다

자유라는 말을 퍼트리면서 최고라고 선전을 하던 일
무너진 집 터에는 우글거리는 송장 썩는 냄새

타들어 가는 것도 소용이 없이 검은 연기 만 솟아 올라
도대체 누구의 장난이란 말이더냐 꿈을 먹어라
일기장 이라도 남을 여유도 없는 이름 없는 빈 집

21) 감나무 집

맨 처음에 감나무를 심었던 길이 새롭구나
감나무 열매를 따먹으면서 도란도란 속삭이자던 마을
정겹구나 다정하구나 먼 산이 가까이 보이는 구나

애달픈 사연 하나 만 이라도 남아 있다면 좋으련만
쇠 줄에 묶여 팔이 부려진 감나무 집 아저씨
그 날에는 오히려 행복했다고 말 하자

돌 다리를 건너가면서 돌아온다고 말하던 사연
이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을 몰랐던 이들
내 지금 서있는 발 아래 있다니

하잖은 일도 없는데 끌려간 부산 아저씨
여수 굴 속에서 타오르는 냄새에 코를 막고 울던 이들
지금도 그 날에 검은 연기를 보면 눈물이 난다고
저 언덕 멀리에는 감나무 꽃이 피어 있구나

22) 여수 여인들의 눈물

여수 여인들의 눈물이 모여 여수 앞 바다가 되었다.
아무런 의미도 모르는 날 새벽에 끌려간 남편 아들 며느리 여동생을 기다리다가 흘린 눈물

여수 여인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것을 바다도 알았나 보다
온 종일 출렁거리고 있는 이유를 바다도 느끼는 구나

사람 들의 수를 채우기 위하여 잠자고 있는 첫날 밤 처녀도 방에 남긴 체
모조리 방에 있는 물건도 다 불을 지르고
끌려간 사람들은 소식도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여수
지친 몸 되어 하늘도 무심한 체 봄 비가 내렸다
밤 새워 비가 무섭게 내렸다
여인들의 젓가슴에 칼을 꼽던
왜놈 들 같았다

아 그 날에 여인 들의 젓가슴을 칼로 오려내던 원망 같이
피 토해낸 여수의 산천에 흠벅 흘러내려 지워지지 않았다
처음에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던 날 새벽 같았다

어이된 일인가 독 뱀에 인연도 아닐 것인데
독 뱀이 되어버린 이유가 무엇인가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수에 밤 하늘은 밤이 하나 였다

원망을 잊으려하면 잊을 수 없는 여수 여인 들의 눈물은 바다가 된다
산에서는 밤나무 아래에 앉아 울고 있는 사연이
어머니가 비오는 날에 벌거벗은 몸으로 바다에 뛰어 들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어서 말해라 어서 말하라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날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비 만 오면 울음 소리 들려오고 있는 바다는 파도가 된다
언젠가는 돌아와 우리들이 손을 잡고 하소연 하리라
밤 꽃이 너무나도 진하게 몸을 씻는다


23) 먼 여수 바다

여수 앞 바다에 서서 외롭게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이른 새벽에 누군가 살아 돌아와 소리를 지르는 듯 파도는 힘차게 내려 바위 돌을 부순다
물결 소리도 무섭게 온 몸을 떨고 있구나
얼마나 잔인한 순간을 목격 했던가

일본 수상 비행장을 건설할 적에는 비극이 올 것을 모르고 있던 여수 앞 바다
그러나 여수는 수상 비행장이 생기면서 비극이 시작 되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길게 고래 처럼 긴 한숨을 내 쉰다
땅을 의지하던 수상 비행기가 바다에서 날개를 접고 앉은 모습
땅에서 자라는 질경이도 눈을 뜨고 일어 났다
이것은 모두가 그 날에 죽인 이들의 혼이다

바라보면 바라 볼수록 잔인한 하루
그 짧은 하루 해를 붇들어 보아도
바위 돌을 내리쳐 가루를 만들었다

손을 들어 밀려오는 파도를 막으려해도 막을 수 없는 혼
파도에 씻겨 갔다가 돌아오는 파도
조개살 보드라운 살결에 앉겨 잠을
청하는 첫날 밤

먼 바다는 여인의 눈물을 닦지 못하고 바위 돌을 부수어 모래를 만들고 있구나
또 부수어 수 천 수 만 번 부수어 모래를 만드는 아픔을 참고 견디는 여수의 여인들
이것이 또한 다락방에 갇혀 울던 고양이 눈물이다

24) 섬 마다에 꽃

섬 마다에 꽃 이었다
시커면 구름이 피어오른다
거미 처럼 엉켜 있는 손아귀에 잡혀 있는 거미의 몸이다

때 아닌 밤에도 섬 마다 핀 꽃을 보았다
피로 물드린 섬이 되었나 보다
섬은 피의 섬이 되었다

피로 물드린 산천이 싫어서 바다 섬이 되었는데
섬 마저 피로 물드린 밤이 되다니
눈물이 되어 잠을 청하자

피는 꽃 마저 죽은 그 날에 영혼 이라고
살아서 돌아오는 밤에 별이 되었다
섬에서 피는 꽃은 그 혼이다.

25) 돌아오지 못한 혼

내 비록 돌아 갈 수 없는 몸 이지만 혼은 살아서 말 한다
이렇게 두 손을 모우면서 기도하던 이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어서 말 하라고 어서 숨은 자들아 말 하라고 이렇게 말 하고 있는 파도

내 비록 여기에 있을 지라도 육신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도 정신 만은 살아 있다
그 날에 혼이 말 한다

검은 옷으로 눈을 가리우고 두 손을 뒤로 묶고 끌고 간 곳
그 곳이 어디인줄 안다고 말 하라
말하지 않으면 죽어서라도
후회 하리라

인과가 있다는 것 알지
인과를 모른다면 죄악이다
양키는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긴다고 선전 했다
하늘도 알고 있단다

그 이름은 영원히 행방 불명자다
행방 불명자 들은 돌아 오리라
언젠가는 찾아 내리라
내 기억의 무덤가에 핀 꽃을 보면 알아
그 무덤가에 핀 꽃 들이 그 날에 죽은 이들 이지
이름도 모르는 이들의 혼이지

돌아오라 어서 돌아오라 말 하라 눈 만 깜박거리고 있는 초승 달
소총 소리에 겁이 난 모양이다 구름 속에 갇혀 있는 초승 달
아무것도 보이고 싶지 않는가 보구나
못 돌아갈 운명 이라고 말을 하고 있나 보다
아니다 아니라고 꼭 돌아가
당당하게 말 하리
살아서 말 하리

26) 무심한 하루

이렇게 왔다가 떠나가는 것 만으로 족 하지
이름을 적어 두었다가 그림을 그리려나

그 날에 돌아오는 길에 말을 몰고 가자
말을 몰고 가는 청포가 그립구나
이름 모르는 이들의 돌비

이제야 기록을 하자구나 서신을 보내니
무지개도 실을 뽑아 비단으로 다리를 만들었다

그러한 환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것은 꿈인가 생시인가
나의 육신도 그 바위에 부딪친 피멍울진 육신

밤 마다 끄슬려 엉켜 잠 자는 수 천의 육신이 울고 있는 솔 밭
지금도 그 혼 들이 살아 있는 듯 호박 꽃이 피었다
목을 쳐라 어서 목을 쳐라 무섭게 내리 쳐라
아무 죄도 없다 죄도 없는 몸이다

27) 먼동이 틀 때 여수여!

먼동이 틀 때 돌아 온다고 말하던 이들은 돌아 오지 않았다
태양이 솟아 오르는 날에는 한 사람도 집을 향해 오는 이들이 없었다
이것이 무슨 날벼락 이라도 맞은 것 처럼 되었다

살아 난 이들에게 있어서는 죄인이 아닌 몸 이라고 말하여
어서 도망을 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나도 같이 가자고 말하는이들
뒤 따라 가다가 죽은 이들도 있었단다

트럭 만 타지 않았어도 살아 날 수도 있었는 데
그것도 모르고 뒤 따라 가야 만 하는 줄 알았지
그러던 이들도 모조리 까마귀 밥이 되었지

산 골짝이에 평화의 꽃이 피던 골 인데
하루 아침에 불 꽃이 피어나듯이 불 바다가 되었지
산에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집이 불탓어
업덩이로 죽은 집이라 새로 지을 수 없어

육신이 불에 타는 것은 인간의 목숨이 끝난 뒤인데
아직도 살아서 말을 하고 있는데 불을 지르다니
기막힌 사연이 남아 있는 형제 무덤 터 앞

이치도 맞지 않는 일을 한 나라
살아서 말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지
어서 말을 하라 그 날에 잔인한 일을 한 자들아


28) 먼동이 틀 때 여수여

먼동이 틀 때 여수여 말 하라
아름다운 여수여
먼동이 틀 때에도 돌아 오지 않았다

태양이 솟아 오르는 날에도 떠나간 사람은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것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이냐 울음 바다가 되었다
눈물로 앞을 가릴 수 없었다

울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 여수
그래도 역사는 허물을 벗지 못하고 있는 여수
옷을 벗어라 어서 옷을 벗어라
눈을 가린 이들아 어서 말 하라

살아난 이들은 죄인이 되어 또 다시 끌려 갔다지
어서 도망을 가라고 말하여 도망을 갔는데
또 다시 찾아내어 죽음을 명했다지

그 자리에 핀 꽃을 보았다
이름 없이 핀 꽃을 보았다
미소를 짓고 있구나

산 꼴짝이에 평화스런 산 골짝이에
육신이 묻혀 있다는 산 골짝이에
멍청한 새가 날아 왔구나

이치도 맞지 않는 일을 한 역사
그 날에 그 역사는 분명히 밝혀야지
살아서 말 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면
그 들은 참말로 부끄러운 일이지
어서 말 하라 그 날에 잔인한 상처를 씻자 구나


29) 빗물을 마시고

비오는 날에도 벌거숭이 몸으로 있었지
비오는 소리에 눈을 뜨고 있었던 이들도
돌 무덤가에는 한 송이 꽃도 피어나지 않아

이름 없이 잠을 청하는 꽃 무엇을 말하나
한 마리 나비도 춤을 출 수 없다고 거부하던 날
추잡스럽게도 총을 들고 서있던 이들
배고파 울던 이들 같은 몸으로 서있던 여수의 거리
피로 물드린 여수를 우리가 말하고 있다

한 번도 배고파 신음을 하지 않았던 여수인데
바다 멀리로 배에 싣고 간 뒤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
그러한 일을 한 이들은 아직도 말을 하지 않고 있구나
허공에서 들려오는 원한의 혼이 되겠다

던져 버려라 아주 눈 뜨지 못하게 던져 버려라
개 처럼 목을 메달아 끄슬려 버리던 이들
더럽게도 아니꼽게도 말 하지 않고 있다니
사람에 목숨이 가장 소중함을 모르고 있더냐

입술이 문드러지도록 피를 흘리던 입
잠에서 깨어나듯이 눈을 뜨고 있겠다
사슴이 바다에서 알을 낳는 일 같이
총 알로 온 몸을 갈기갈기 찟긴 몸으로
바다에 아직도 눈 번쩍 뜨고 있을 몸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육신을 찾는 일이다.

30) 여수의 형제 돌 무덤 앞에 서면

여수의 형제 무덤 앞에 서면 온 몸이 저려옴을 느낀다.
흙으로 무덤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없는 세월
능구렁이가 집을 만들어도 좋으니 각자 찾아내어 무덤 이라도 만들자 구나

꽃 뱀도 입술 내밀고 고개를 보여도 좋다
하나의 무덤을 만들어 이름을 밝히는 일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 하자

허수아비도 웃을 일이다
저 산 숲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며
손짓하고 있는 여수 형제 무덤

거미 처럼 살다가 떠나가 버린 눈물 만 흘리고 떠난 가족들
아들을 땅에 묻지 못하여 한이 맺힌 몸들을 우리는 해결을 할 수 없나 학 목이 길어서 말을 할 수 없나

무명 옷 입고 새벽 마다 여기에 와서
땅을 치며 통곡하던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이 되었나

대나무에 찬 이슬 내리던 일을 생각 하자
벗거숭이 알 몸으로 매 맞아 죽어간 이들
불에 끄슬릴 적에 온 몸을 안고 울던 이들
그들은 분명히 전생에 한 형제 였나 보다

꺼져 버려라 어서 꺼져 버려라
원한도 없는 일을 자행한 이들
총을 쏜 자가 누구이며
대나무 창을 든 자가 누구이며
쇠사슬도 아닌 노끈으로 온 몸을 묶었던
그 잔인한 이들의 존재를 밝혀 내자
이것이 우리가 말 할 수 있는
대 자유다


31) 분노의 느름 나무

분노의 느름 나무다
뿔난 몸둥이를 가지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사람을 때리려고 그러한 뿔이 난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하여도 소용 없는 느름 나무
이러한 장난을 누구의 장난이라고 말하는 지 알 수 없는 사연이 있는 산 골짝

대답을 할 수 없다

세상을 원망하는 이들의 울음 소리
온 산을 울리고 있는 데도 침묵을 하다니
어서 말을 하라 어서 개 소리라도 좋으니
말을 하라 말을 하라고 어서
등을 치던 이들의 한이 남아 있어
그리하여 분노의 느름 나무도 말을 하지 않아

피 자국을 지우려고 해도 하마 처럼 입을 벌리고 울었다
울음 소리는 고래 수염 처럼 길어 잠을 청할 수 없어
바다 위에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느름 나무

발이 부러져 더러는 달릴 수 없는 몸
잡히여 갈래 갈래 찟기어진 육신들 처럼
여인의 사타구니를 향해 긴 칼로 오려낸 악마 들아
참말로 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구나


32) 눈을 똑바로 뜨거라

삼단 같은 머리에 파마자 기름을 발랐다
죽지 않으려고 애원도 할 수 없는 몸이다
오빠를 대신하여 끌려갔다는 전설이 있다니

아 우리에게 춘향이가 따로 없고
심청이가 따로 없다
순하디 순한 여인의 결단을
우리가 찬양 하자.

어머니 배 속에서 살아나려는 몸부림 같은 이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죽음의 혼이다
피하라고 말을 할 적에도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배가 터져 신음 소리를 낼 수 없는 여인의 긴 머리카락
비오는 날에 지금도 울고 있는 능구렁이 울음 소리
나도 모르게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쏟아진다

오랜 숨겨진 역사를 찾아내 기록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몸 부림을 치다가 죽음으로 간 소녀의 긴 머리카락은
칼 자국에도 베어지지 않는 소녀의 몸을 감고 있구나


2부, 1) 역사여 이제는 말하라

역사여 이제는 말하라
삼단 같이 머리에 기름을 발랐다
죽지 않으려고 몸 부림을 친 이들도 아니었다

오빠를 대신하여 죽음으로 간 여인 전사자들
순하디 순한 거짓이 없는 몸으로 살았던 여인
집 안에 대를 끊길 것을 염려하여 대신 죽음으로 간 일도 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어머니 뱃속에서 솟아흐르는 뜨거운 핏덩이로
온 몸을 씻고 또 씻는다
피 흘리며 죽어간 이야기를
이제야 말하라

배가 터져 신음 소리를 내는 여인의 마지막 울음 소리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아니 유관순이도 아니고
당당히 살아서 말하는 조선에 독립군임을 말하던 나라
비오는 날에 울어대는 이무기도 아니지 않는가

오랜 역사를 기억해야 할 몸인데도 불구하고
몸 부림을 치다가 죽어간 몸도 아니지 않는가
여인의 울음 소리를 들어라
칼자국에 온 몸이 찟긴 몸도 아니라
어서 말 하라 어서 말하라고 말해

2) 순천 하늘아

순천 하늘아 그 날에 하늘이 아니라고 말하렴
동지 섯달 긴긴 밤에 잠 오지 않는 것도 아니지
그러나 떨리는 가슴을 안고 통곡이라도 하자 구나

여수에서 열차를 타고 오던 이들도
난데없이 총 알을 갈기었다는 말
작은 호수에 그 날의 물은 흐르고 있구나

핏물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흘러
호수에 육신의 피가 흘러
우리을 알아보고 있구나

씻어다오 어서 씻어다오
온 몸으로 떨고 있는 이들
서로의 총을 쏘라고 명령을 내렸던
그들은 어디에 있느냐

순천 하늘아 어둠이 내려오고 있지 않아
백야 처럼 언제나 밝아 그 숨결을 기다리고 있어
아무리 비올 구름이 몰려온다고 해도 바람에 날려버린 구름
천둥 번개를 내려친다고 해도 소용 없어

순천아 하늘을 기억하게 하자
여수에서 순천으로 몰려온 거머리 같은 눈
순천 하늘아 말하라


3) 푸른 들 같은 몸

산이 푸르다고 말 하기에 산이 푸르구나
지방을 지켜야 할 이들이 총을 숨겨둔 이유
철도 위에 피로 물드린 사연이 있는 순천

어디에서 달려왔는지 알 수 없는 꿈
기적을 울리면서 당당히도 나섰던 길
어둠이 싫어서 울고 있는 하늘

여수 들판을 누가 피로 물드리고
순천에 와서도 피로 물드려야 하나
얼마를 더 피로 물드려야 하나

푸른 옷을 입은 이들의 잔인함을
단오 날에 비 맞은 닭 처럼 울었다
분명히 살아서 돌아오지 않았다

4) 냇가에 피맺힌 한

동 터오르는 햇살을 받아 안고 살았다
죄 없는 몸으로 그 날을 지켜보며 살았다
뱀장어 처럼 진흙 속에서 흙을 먹고 살았다

더러는 이별이 없는 몸이 되어 살자 맹세 했다
이것 만큼 작은 아름다움은 없다고 말 하지
무엇이 그리도 두려움으로 살았더냐

냇가에 피 자국을 남기고 간 이들의 영혼이여
이름 없는 새가 되어 날아 갔는가
다만 내 혀 바닥으로 피 자국을 씻는다

깊은 산 벽에 이슬이 내려온 날에도
산도 울고 바위도 울었던 날을 기억하게 하자
억울하게도 억울하게도 가슴에 못을 밖는 구나

5) 순천 비극의 현장에서

하루 살이 같은 생명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 이라고 말 하자
인간의 목숨이란 참으로 끈질긴 것 이라고 말하는 지렁이

양민이 끌려가 죽은 무덤 가에 핀 꽃
꽃 만 바라보아도 눈물이 산을 뒤 덮는다 .

지금 까지 피를 말리는 태양도 여기에 와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보이지 않고 있으면서 그 자리에 사람들이 와도 비온 날 혼이 되어
사람들에게 간이 떨게 한다.
그러나 그 인간들에게는 개 처럼 할 말이 없다
어제 밤에 깨 같은 인간하고 다투었을 뿐이다.

어둠이 오기 전에 말하라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하여 말하라
숨기지 말라 양민을 끌고 간 일이 떴떴했다면 자신있게 말이다
그런데 어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나

잠에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울어야 할 땅
양민의 죽음 위에 그 무엇이 있더냐
전기 줄에 목을 메 끌고 간 개 같은 이들
복 날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불태 울 수도 없다는 말
도대체 무슨 전생에 맺은 한의 업보 이던가
철쭉 꽃에 내 얼굴을 가리우고 울던 아이 같은 몸

양민이 끌려가 돌아오지 않은 집 터
비단 구렁이가 옷을 갈아 입고 잠을 청하는 하루
한 많은 몸이 되어 그리움을 벗기우고 있는 오이 같은 몸
아주 푸른 산에 영원히 살고 싶구나


6) 순천 호수가에 인조 오리 배

순천 호수가에 외롭게 서있다 아무 뜻 없이 끌려간 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진하게 진한 총에 맞아 피를 토해낸 다리 철 다리 위에는 피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누구를 위하여 그렇게 총을 들고 그 자리에 숨었다가 죽음을 당했나
죽지 않아도 죽음을 찬양하고 있다니
순천 호수에는 피로 물드린 물 인조 오리 만이 놀고 있구나

일제 시대에도 징용갈 때에도 이러한 일은 없었는데 어이하여
우리가 이렇게 서로 총을 겨누었나

말 할 수 없다는 이들의 말

숨어 지내는 이들아 말하렴아
말을 하면 죄가 없어진다고 그러지
어서 그 날에 총을 쏜 몸 들아
그렇게 말을 하는 것도 자유지
그러한 자유를 우리가 원하기에 아니 쟁취해 야지
아무도 우리들에게 말을 막지는 못하리라

자주 만을 주장 하다가 민주 만을 주장 하다가
남에 꼬임에 넘어간 이들의 비극 이였다
순천 호수에 흐르고 있는 그 날에 피자국을 씻자

천 길 만 길이나 되는 역사의 깊이 만큼 순천에는 반란이란 말이 아니다
민중의 항거 아니면 민중의 외침 민중의 혁명이라고 말하자 구나
순천에 호수 위에 인조로 만든 물오리 같은 집에 살자 구나

7) 순천 역에 기적은 울고

순천 역에 기적은 울고 있는데
그 울음 소리를 기억 하자
여수의 죽임을 충성이라도 하는 듯이 잔인한 이들의 총 구멍이다

무서운 총검을 들었다

일제 시대에도 그렇게 살았다고 분노하며 눈물을 흘리는 새들
그 새의 혀를 내밀고 울면서 먹을 것을 찾는 긴 혀
순천 역에서는 지금도 원통하게 기적은 울고 있구나.

총을 버려라 어서 총을 버려라
서로 그렇게 외치던 철 다리 위
그 자리에는 사슴이 바다에서
알을 낳고 있구려

땅에 엎드려 있는 님들은 그 자리에서 몰사를 당했는데
총을 든 몸 들, 잡혀 죽은 몸 들 어느 곳으로 끌려갔는지 돌아오지 않는구나
잔인한 죄인이 되어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순천 역에 그 현상
총을 쏘지 말라 우리는 형제다 형제끼리 그렇게 싸울 수 없어
마늘 한 조각 이라도 먹고 나누어 먹고 살았던 조상
단군 조상이 아니더냐.

이순신 이거나 원균 이거나 상대방에 원수가 아니지 않는가
상호 서로 총을 겨누고 있던 살아 있던 몸 들 그 죽은 이유에 대하여 지금도 말을 할 수가 없다니
순천 역에서 기적은 울고 있는데 어쩌다 살아난 나무 위에 새
새도 눈물을 흘리고 울고 있구나
참 좋은 세상이 오면 말을 한다고
그 말을 할 자를 기다린다고
새도 울고 있구나

8) 순천에 검은 구름

피멍울 진 가슴을 안고 살았다
돌을 다듬어 거울을 만들어 보려는 인욕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불면서 땅을 치자구나

절망의 수레를 굴리던 이들은 어디로 갔나
아무리 대답을 한다고 해도 대답이 없구나
내 입술을 깨물어 모래 바닦에 엎드려 피를 토해 낸다

부엉새 울던 잣나무 위에서 외로움을 달래면서
달 밤에 간절히 울던 비온 날 밤에 울던 능구렁이 울음 소리
오늘 날에는 그 능구렁이도 울지 않는다

순천에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는 바위도
별 들을 잠재우기 위하여 몸 부림을 치고 있구나
순천에 피 묻은 땅을 씻을려고 그러는데
씻을 수 없는 눈물이로 구나


9) 그 몸들 어디로 갔노

싸움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일제 36년 동안에 얼마나 잔인하게 조선에 민중 들은 악압을 당하며 살았는가

모진 고문과 억압과 탄압을 당하면서도 살아났는데 우리는 흰 옷을 입는 이유를 단군의 자손이라는 말을 믿자

지긋 지긋한 인간의 삶 이었다

여수에서 일어난 민중 들의 외침 소리를 우리는 새롭게 기록을 하자 그것은 역사를 바르게 잡는 일 민중 들의 말 한 마디가 소중한 말이지
민중 들의 저항은 지식인의 몸이 아니라
역사의 몸이다

누군가는 말하지만 여수 순천은 폭도라고 말하지만
폭도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우리가 만일에 그 진상을 규명하지 않으면
저 비참하게 죽은 동학 농민 전쟁 당시에 죽은
우리의 영혼들 같이 110년이 되어서야 말하리

그 날에 떠나가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위하여
비극의 울음 소리가 지금도 그 자리에서 울리고 있는데
양민들이 무슨 죄가 그렇게 있다고 끌고 갔나

아무리 말을 하여도 가슴을 내려치는 바위
살아있는 이들아 어서 말을 하라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은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지
날이 저물어도 울자
소리내여 울자
지칠 대로 지친
우리 조국아

10) 청 개구리 울음 소리

풀 옷을 입고 있었지
그것이 삶의 변신 이라고
너무도 나약하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분명히 자각의 몸이다

귀신도 코를 골았다

전생에 악인이라면 선행의 인연을 맺어야 한다
그렇게 변신하는 것 만이 살아 남기 위한 일 이라고
변신의 몸이다 자각의 몸이다

언제나 걱정할 일이 아니다
살아서 말하는 몸 이지만
우리는 기적이다
그래도 죽지 않기 위함이다

탱자 나무를 뜯어 먹고 그 쓴 나무 잎을 먹고 살았다
어서 먹어라 울지 말고 먹어라 어머니 젖을 먹듯이 먹어라
청 개구리의 변신이 우리를 지키고 있구나
푸른 대나무 위에서도 뱀이 이빨을 드러내고 울고 있지만
까치가 날아와도 겁나지 않는 실 뱀
무섭지 않았다
병든 몸이기에 울지 않았다

긴 잠에서 깨어나는 청 개구리는 겁이 없다
푸른 옷 만 입고 살면 겁이 없다
이것이 자기의 삶의 방식이다
비옷 구름이 없어지면
청 개구리는 울지 않는다

11) 평화의 순천아 어서 말하라

평화의 순천아 어서 말하라
말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면 참 바보지
몽고가 고려를 침략한 날에도 순천 만은 점령을 하지 못한 곳인데
어이하여 그리도 비참하게 단군의 아들이라고 말하던 이들이
그렇게 평화스런 순천을 피로 물드렸나

알 수 없는 일이다
말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누가 누구를 총으로 난도질 하라고 명령을 내렸나
만일에 지금이라도 말을 한다면 용서 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그 진상을 분명히 규명 하리라

저 산 멀리로 흰 구름이 떠가고 있는데
어디에서 몰려오는지 알 수 없는 검은 구름은
일본 놈 늘이 칼을 차고 거리를 행진하던 모습 같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속 창자도 없는 인간들이
개 처럼 아첨하는 비열한 행동을 보니
맨드라미 꽃이 곱게 핀 담장에는
꽃 뱀이 잠을 청하고 있구나
무서운 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꽃 뱀을 손으로 만지는 구나

평화의 순천아 어서 말하라
순천에는 순천에는 꽃 사슴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가면서 만세를 부르고 있구나
그 피를 흘리면서
통곡하던
마을을
지키기 위하여
-
-
-
총을 들었다

12) 순천에 평화의 산 마을

순천에 평화의 산 마을에 찾아온 비극의 밤
산 마을을 비극으로 만든 자가 누구 인가를 알아
산으로 끌고 간 자 들이 누구 인가를 알아

살아 있는 사람을 생 매장한 일
그러한 일을 한 자는 인간이 아니지
지금이라도 그 날에 대하여 반성하고 참회를 한다면
살아 남은 자들이 용서를 하련만
그러지 못하는 자들이 반항한다면
우리는 절대로 용서를 할 수 없어

감나무 꽃이 곱게 피는 산 마을
우리가 말 하는 아름다움이란 바로 여기
여기는 천상에서도 볼수 없는
미륵의 혼이 잠든 곳이지

백제 때 나라를 세우고 우리 조상 들이 잠들어 있던 마을
신라와 연합하던 악당 당나라의 군사도 순천에는 올 수가 없었고
몽고의 잔인한 군사도 99년 간이나 점령을 했어도 여기 만은 점령을 하지 못한 곳
그런데 우리가 말 할 수 없는 비극의 새벽
순천에 평화의 산 마을을 피로 물드린 죄
긴 장도 칼로 목을 치던 일본 나라 같은
그러한 일을 하던 자 들아
그대들은 역사에 반동적인 죄악이다
반동적인 죄악이다
죄악이다

13) 암흑의 밤

전기 불도 없는 깜깜한 밤에
두 손이 묶인 체로 끌려간 곳은 암흙의 밤

배 고파 신음하던 이들도 없는 땅
그물에 끌려가는 여수 앞 바다 같은 밤
새롭게 들려오고 있는 죽음의 밤

달이 없으면 별이라도 나오면 되련만
별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구나

그 날에 태양은 어느 곳에 숨었나
아득히 먼 날에 오려나 보다
순천에 밤은 밤이 아니 었다


14) 푸른 옷을 입고

풀로 만든 옷을 입고 살아야 한다니
황토 밭에 굴러다니는 해골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다 귀중한 생명이다

푸른 옷 입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밖으로 나올 수도 있었지

산에서 살다가 보면 인간이란 말도 잊어버리고
피를 토해내는 몸도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소중한 몸이다라고 말하지
그것만으로도 족한 생명의 혼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죄인이라는 누명이다
죄가 아니다 죄인이 아니다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푸른 옷을 입고 살아있다면
살아서 나갈 수 있는데
죽음으로 간 이들
그들에게 어떠한 말
무슨 말로 말하리

15) 순천에 사람들은 풀 옷을 입고 살아

순천에 사람들은 풀 옷을 입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에 황토 밭에 나타난 해골
사람이 산다는 것은 풀과 같은 것이지

우리가 풀로 돌아간 것은 당연한 삶 이지만
어이하여 풀로 돌아간것인가를 알아야 하지

풀 옷을 입고 산다는 것은 바로
산 사람이다

산에서 살다가 보면 다 같은 뜻으로 살지
피를 토해내면서도 말을 하지 못한 것은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살아있다는 것 그 것 만으로 행복한 삶 이었지

죄인이라는 말을 한 것 그것은 죄를 만들고
멀거니 바라 만 보아도 죽음으로 끌고가고
그리하여 죄인이 되게 한 나라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아니다

풀로 만든 옷을 입고 살아도 그 것으로
참으로 족하다
그런데 죽어서
해골이 되었다


16) 반달

반달이 되기 까지에 얼마나 아름다우냐
반달이 되어 하늘을 우러러 본다
세상의 기억에 남을 사연이 있는 반달
나무 위에 고양이 처럼 살았다

첫 사랑에 실 옷을 입고 살자던 언약이 필요해
반달은 달이 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데
이름 없는 사연이 반달을 안고 살았다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 족한 삶이다
반달을 붇들어 절대로 변화되지 못하게 하자
저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반달이 되었나 보다
반달이 된 우리의 운명도 역사를 창조 하자
긴긴 잠에서 깨어났다가 꽃을 피우자


17) 순천에 별

하나의 뒤안 길에 나타난 새가 되었다
새의 얼굴을 본 이들이 어디에 있더냐
사랑도 해 본일 없는 이들의 죽음을

고구려 때 백제 때 신라의 몸 같구나
그날에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었나 보다
감나무 위에도 별이 내려와 울고 있는 밤

시간을 먹었다 꼼꼼히 먹었다
산으로 갔다 산을 무너트렸다
살아야지 살아서 말해야지
새롭게 전할 바위 돌 같은 별
무덤이 되었다 꽃 무덤이 되었다

18) 순천 땅에 꽃이 지니

순천 땅에 꽃이지니 내 마음에 꽃도 진다
꽃잎에 바람이 날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이름 없는 이들에 무덤을
만들기 위함이다.

순천이란 지역 만의 눈물이 고인 호수
떠나간 이들의 울음 소리를 기다리는데
그 날에 개 처럼 끌려간 순이 오빠는 소식이 없다

꽃을 심었다고 꽃 열매를 맺으랴
꽃이 피었다가 시들어 버린 할미 꽃
너무나도 잔인한 날을 기억하렴

내 삶의 무덤은 여기에도 없는데
꽃이지니 내 사랑의 무덤 터에 꽃이 진다
그리움 이였다 그리운 세상의 꽃 이였다
땅을 파라 어서 땅을 파라 그러면
그 자리에 그 날에 꽃 들이 피어나리

19) 순천에 이름 없는 무덤에 흙을 덮지 마라

순천에 이름 없는 무덤에 흙을 덮지 마라
흙을 덮지 마라 덮지 마라 손이 잘려진 손도 아닌데
그 날에 손이 줄에 묶인 몸으로 서있는 몸
그 몸이 땅 속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 무덤의 시간을 지나는 숲
내 손

그러나 흙으로 무덤을 덮는다
그것은 죄악이다 역사의 죄악이다
죄가 없는 이들을 강제로 끌고간 자들
그들이 바로 죄인이다
어디로 끌고 간 것인지

잠을 청하는 시간을 지키지 못한 이들은 울었다
이름 없는 이들의 무덤을 발견한 뒤에
내 심장은 무너지고 피로 물드린 몸

흙을 덮지 마라 아직도 눈에서는 피가 마르지 않았다
피가 마르지 못한다 흙을 덮지 마라 흙을 덮지 마라

20) 순천 연가

순천 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렴아
참으로 순천은 기적의 밤 이었다 .
지금이라도 당장에 일어나
외칠 것 만 같았다

할 말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가슴에 묻어두지 말고 말을 하라
속시원하게 말을 해야 한다
자신을 숨기는 것은 죄악이다

순천을 사랑하는 이들아
호롱불에 초가 집에 살 때의 일을
그 것 만이라도 기억을 하자구나

순천 이라는 곳에 살자던 인연이 있던 이들아
그 밤에 어둠이 내려오는 날도 아니고
신 새벽에 엎드려 있던 이들도 끌려갔지

이제 말을 해야한다
숨긴다는 것은 병이다
영원히 그대 들이 살아있는 것도 아니지
그러니 숨긴 말이 있다면 모두들 다 내 놓아라
목을 길게 느리우고 어서 말을 하라


21) 해골

해골 들이 이리 딩굴고 저리 딩굴고 있는 곳
그 곳을 차마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구나
긴 긴 세월이다

떠나간 이들이 오는데 어이 오지 못하나
어서 오라고 말하자 말을 하자
해골이 굴러다니는 숲

도깨비가 말을 한다는 것도
허수아비도 말을 한다는데

그리하여 허수아비에게 총알을 쏘던 이들
그것도 죄악이라고 말을 한다면
살아있는 이들에게 총을
쏜 것은
참말로
죄악이다.

해골에 대하여 말한다면
주인이 없다
임자 없는 이들의
해골
해골
해골
어머니 배 속에서도 울었다
.
.
.



해골 -------------



주인을 찾아다오.


22) 철둑 길에 별

순천 역 앞 마당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
난데 없는 총 알에도 겁이나지 않았다
돌맹이에 머리가 맞아 피가 흘렀다.

이것이 패 싸움이라면 말을 할 수가 있는데
이것은 패 싸움도 아니고 양키의 이간질 싸움이다
그 것은 바로 이승만 매국노의 명령이다

이승만을 우리 민중의 이름으로 처단하자
도망간 이승만 매국노의 불장난이다
철둑 길에 죽은 이들의 눈동자는
하늘에 별이다.

순천에 있는 철 다리 위에 별은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산천에 별

23) 순천 계곡에 한 맺힌 해골

계곡에 잠든 해골이 딩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만 있어야 할 때가 아니라고 말 하자
말하라 어서 말하라 가슴에 숨기지 말라

눈을 감고 있으면 병이 된다
병이 들어 죽음으로 갈 때에 말을 하려고 해도
그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계곡에 무엇 때문에 묻으려 했나
죽은 자들에게 할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죽음을 예언하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게 했나

계곡에 잠든 해골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
밝혀내지 않고서는 그 한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라
죄도 없이 끌려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이들의 문패를 찾아 주자


24) 노을

벌겋게 타들어 가는 들판에 노을 속 그림자 하나
산을 들어 올리는 바다에 배가 되었듯이
산으로 들어가 산 사람이 되었다

누구의 이름으로도 감출 수 없는 사연
말 할 수 없는 이들의 가난을 씻어도 보았다
어느 곳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수박 꽃이 피어 오른 산 위에서도 잠을 청하는 곳
그래도 무지개 꽃이 피어 오르는 산이 참 좋구나
노을아 산 노을아 말 하렴아 어제 밤에 죽은 손이
문드러진 손이 된 아픔을 말하렴아

산이 온 통 불에 타들어 가던 날 밤에
불을 끄는 이들의 손 등 위에 별이 내려왔다
별도 어느 봄 날에 당나귀가 되었다.


25) 저 보이는 분수

저 보이는 분수는 혼이다
살아있는 분수다
하늘과 땅에 서로 입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친 이들의 얼굴이다 꿈에도 보았던 얼굴이다
물살이 하늘을 붉게 물드린 날 밤
산이 내려와 울고 있는 모습이다
산이 내 가슴을 내리찟고 있구나

산은 산이라는 말을 하구나
아무런 쓸모 없는 말
그러한 말을 쓰고 있는 바보 천치다
버들 가지 잎에 나의 혼을 던진다





-
-
-
여기에 무슨 산이 옳겨졌나

저 보이는 산이 손을 내밀듯이 바라 만 보고 있구나
분수는 하늘과 땅과 마주 대하면서 웃는다
별이 내려와 얼굴을 씻고 있다

저 푸른 산을 들고 일어나는 황소의 장난이다
순천 역 앞에 솟아 오르는 분수는 영혼의 몸이다
분수는 내 산 위에 몸이 되었다
꿈 속에 별이 되었다
물 먹은 뱀이 되었다

26) 순천에 나타난 땅거미 울음

순천에 나타난 땅거미 울음 소리 듣는 숲 속
아름다운 죽음의 미학이다
철학자들 같은 소리다 피를 토해 죽어도 참 죽음이다

깨알 같은 세월을 뒤로하고 떠나가는 배 처럼 떠나는 배
산 위로 올라 갔다 사람들의 혼을 싣고 배가 산으로 올라 갔다
미역국 끓여 먹으면서 춤을 추던 어머니 배 속이다
어머니 앞에 먼저 떠나는 이들의 운명이다

비극이다
참깨 같은 삶을 버리고
어머니를 빼앗기고 떠나는 삶

임진 난 때에도 그렇게 살았는데
오늘이 임진난 같은 날도 아닌데
죽은 날 참으로 소중한 언약도 하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지도 못했다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려고 어머니가 시집 올 적에
곱게 신고 왔던 그 신발을 장농 속에 두었던 고무 신발을 꺼내어
아이스크림 장수에게 주고 아이스크림으로 바꾸어 먹다가 매로 부짓당이로 맞아
엉덩이에 피가 났던 자리에 터져 피가 흘렀다

그래도 살았다던 것을 기억이라도 하렴아
어머니 배 속에서 막나오려고 하던 날에 또 다시 동생이 생겨 미역국을 먹었다
우리 몸은 미역국 몸이다 온통 미역국 몸이다

깜부러기 보리 밭에 엎드려 죽은 어린 아이를 생각하며 망을 보던 소녀의 몸
눈은 살아서 보리 밭에 죽은 어린 아이 남아이를 생각한다
땅거미 울며 기는 밤에 석양 노을과 함께 떠나던 몸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눈물이 난다

27) 어둠 속에 미소

어둠에서 보았다 대추 나무 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있는 산 마을
참으로 평화스런 날이 오고 있음을 알았다
지난 해 어린 아이들이 날리던 꼬리연 꼬리가 메달려 있는 어둠 속이다
깊은 밤에 부엉이가 온 몸으로 떨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울던 밤

시간 밖에는 허수아비가 옷을 입고 서 있는 듯 돌담 사이로 잠을 청하는 학
사내 학이 울고 있는 소리를 천둥이 울리는 소리에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그리움이 산을 들어 올리고 있구나
빗소리는 무겁고 울리는 소리에 산이 무너지고 있다

둠벙에서 여자 아이들이 멱을 깜고 있다가
사내 아이 고추에 검은 거머리가 피를 빨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깔깔 거리면서 사내 아이 고추에 달라 붇은 거머리를 잡아 댕기는 소녀의 지혜
소녀는 쥐이를 들어내고 웃었다

황소 뿔에 받혀 울던 아이들 같이 황소 싸움 터 같은 어둠 속에 미소
그래도 한이 맺히는 날 옷을 벌거 벗고 살던 때가 좋았다
개는 무슨 사연이 있기에 컹컹 거리고 있나
배 고파 신음하면서 땅을 치며 울던 밤
부처님 손 바닦 같은 쌍둥이 어머니도 울었다

세상사 모든 것이 인연으로 되어 간다는 수레
땅에 파리 떼가 우글거리고 있는 육신을 보았다
순천 땅에 고래 심장이 터지는 소리에 귀가 멀었다

28) 순천에 닭 싸움 터

무슨 원수 이기에 저리도 노리나
날개를 퍼득이더니 상호 하늘을 향해 날개를 폈다
닭 벼슬이 찢어지도록 물어뜯어 내더니 피가 났다.

하이얀 옷에 피가 묻어 흘러 내렸다
무지개가 다리를 만들고 있는 오작교
춘양이도 아닌 소녀 통곡이라도 하려나.

피가 쏟아지고 있오 푸른 정원에 피가
금시 가을인가 단풍이 들고
필리핀에서는 닭 싸움을 하기 위하여
거대한 경기장을 만들기도 했다고.

우리는 지난 날에 지친 닭 싸움을 생각하면서 눈을 감으면
뒷 방에서 히득거리고 있는 가련하고 불쌍한 권력자들의 추종자들
그들은 지렁이 같은 몸을